매일신문

말폭탄 주고받던 두 사람, 한달 뒤 마주 앉아

핵 버튼 위협 언제 그랬냐는 듯 사상 첫 정상회담 합의 대반전

북미가 오는 6월 12일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은
북미가 오는 6월 12일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를 선택한 것은 '중립적 외교 무대'라는 점이 주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싱가포르를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곳으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싱가포르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는 11일 싱가포르가 중립성과 고도로 확립된 질서, 고위급 회담 유치 실적 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낙점됐다고 평가했다. 11일 싱가포르의 신문 가판대에 판매상이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1면 머리기사로 실은 '더 스트레이츠타임스' 신문을 앞에 두고 돈을 세고 있다. 싱가포르 AP 연합뉴스

6'25전쟁 이후 북미 정상 간 최초의 만남이 성사되는 일정이 전격적으로 잡히면서 전 세계가 놀라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봐도 이 같은 상황은 비현실적이며 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한반도는 일촉즉발 상황이었다. 미국의 북한 폭격 가능성까지 나왔다.

실제로 지난해 8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새벽 국내에 전해진 이 발언은 북한이 7월에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잇따라 시험 발사하자 '군사옵션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려 꺼낸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였다.

당시 북한의 위협도 대단했다. 북한은 8월 9일 새벽 전략군 대변인을 내세워 미국령 괌에 대한 포위사격을 위협했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 형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 실제 발사될 경우 사실상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한반도를 덮쳤다.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와 이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으로 점차 고조되던 북미 간 갈등이 전쟁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다.

이후 북한은 지난해 9월 3일 6차 핵실험까지 감행했다. 북한과 미국은 최고 지도자까지 나서 전례 없이 높은 수위의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위기 지수를 더욱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 파괴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한 데다 유엔 총회라는 장소가 갖는 무게감까지 더해져 위기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북한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성명을 발표해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 '불망나니', '깡패' 등으로 칭하며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며 긴장도를 높였다. 이후에도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무기를 전개할 때마다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는 등 한반도 불안감은 고조돼 갔다.

새해 들어서도 김 위원장이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 "핵 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트위터를 통해"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맞받아치면서 핵전쟁의 공포가 한반도를 또다시 덮쳤다. 우리 내부에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하자"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랬던 북미 관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풀리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정상회담에 합의하는 대반전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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