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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분도 이지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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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깃꾸깃' 아름다운 훼손

책'옷 뜯어 보풀 만들어

뗐다 붙였다 작품 재가공

현대미술가 이지현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분도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이 작가는 책과 옷을 뜯어 보풀을 만들어 새로운 이미지로 바꾼 작업을 보여준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이 작가는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는 전통적인 그리기 방식에서 벗어나 오브제를 한 올씩 뜯어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이 작가가 미술계에서 이름을 알린 것은 책 시리즈를 통해서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이 작가는 비교적 가공이 쉬운 종이의 특성을 이용해 책이 가진 외형은 유지한 채, 표면의 질감을 전혀 새로운 상태로 바꿔 '훼손의 아름다움'을 실현해 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책 시리즈와 함께 몇 해 전부터 시도하고 있는 옷 작업을 선보인다. 의류 시리즈는 초기 단계에는 주민들로부터 기증받은 헌옷가지를 가공해 전시했다. 의류의 수집과 전시에 이르기까지 서구 미술의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가난한 미술) 사조로 해석도 가능한 그의 옷 작업은 이따금 유명인사들의 옷을 소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옷 작업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갤러리분도 박동준 대표가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시기에 작업해 보관하고 있는 의상을 이 작가가 미술작품으로 재가공한 결과를 보여주는 게 그것이다. 박동준과 이지현, 두 예술가는 이번 전시의 제목인 '동상이몽'(同床異夢)처럼 같은 옷을 입고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셈이다. 한 예술가는 옷을 만들었고, 다른 예술가는 옷을 해체했다. 미술가는 옷을 조각조각 떼어서 한 올 한 올 변형시킨 다음에 디자이너가 그랬던 것처럼 옷을 다시 만들었다.

윤규홍 아트 디렉터는 "작가 본인이 아닌 이상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이 작가는 작품을 완성해가면서 디자이너 박동준이 내디뎠던 영예로운 순간을 줄곧 떠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6월 9일(토)까지. 053)42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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