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다들 어렵다는데 '경기 큰 문제 없다'는 청와대와 정부

경기 침체 징후가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불안감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취업자 증가 폭이 눈에 띄게 둔화하는데다 생산·투자 지표의 부진, 경기선행지수 하락, 불안한 2분기 성장률 전망 등 비관론이 커지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청와대와 정부, 전문가들의 경기 판단에 대한 시각차가 크게 벌어져 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당장 눈에 띄는 경기 부진의 조짐은 고용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취업자 증가 수는 12만3천 명으로 3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턱걸이했다. 취업자 증가 폭이 석 달 연속 둔화세를 보인 것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최근 노동시장과 기업 현장 사정이 좋지 않다는 말이다.

생산과 투자 지표의 하락도 심상찮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산업생산과 설비·건설투자 부진이 뚜렷하다고 진단한다. 일부 제조 업종의 경우 가동률이 1년 전과 비교해 1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더욱이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남미'아시아 신흥국의 '6월 위기설'까지 고개를 들면서 한국 경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대목은 청와대와 정부의 안이한 경기 인식이다. 각종 지표나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과 달리 정부가 현실을 엄밀히 보지 못하고 불안감 진화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정책을 수정하고, 적절히 대응해나가는 게 바른 방향인데도 정부가 딴생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경기 회복 흐름" 평가에 대해 대통령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김광두 부의장이 "침체 국면의 초입"이라고 반박한 것도 이 같은 이상 기류를 잘 설명해 준다.

지나친 비관론도 문제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은 문제를 더욱 키울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재점검하고 경제 활력을 키우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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