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꿀 채집량 평년 절반도 안 돼…폐업 고민" 예천군 양봉농가 흉년에 신음

온난화로 전국서 동시 개화, 아까시꽃 피는 기간도 짧아 신품종 꿀벌 개발 대책 필요

예천군 효자면에서 26년째 양봉업을 하고 있는 엄승일 씨가 벌통을 확인하고 있다. 윤영민 기자
예천군 효자면에서 26년째 양봉업을 하고 있는 엄승일 씨가 벌통을 확인하고 있다. 윤영민 기자

예천군 효자면에서 26년째 양봉업을 하는 엄승일(55'예천군양봉협회 회장) 씨는 매일 아침 꿀통을 확인할 때면 걱정부터 앞선다. 5월 이맘때면 아까시(아카시아)꽃 등에서 채밀한 꿀이 벌통에 가득 넘쳐야 하지만 올해는 벌통이 텅 빈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엄 씨가 채집한 꿀은 평년 채집량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양봉 농가들이 유례없는 흉작으로 신음하고 있다. 특히 예천군은 정부에서 인증한 '+1등급'의 꿀을 생산하는 양봉 농가들이 밀집해 있어 더 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양봉 농가들의 흉작은 이상기온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양봉은 개화시기에 맞춰 한반도에서 기온이 먼저 높아지는 남쪽 지역에서 시작해 북쪽 지역으로 올라가면서 채밀하지만, 온난화 현상으로 기온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전국의 개화가 동시에 진행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길어진 추위와 때 이른 무더위는 국내 꿀 생산량의 70~80% 이상을 차지하는 아까시꽃이 피었다가 지는 기간을 단축했다. 전국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개화로 한 농가에서 채밀할 수 있는 범위와 기회가 적어졌고 점점 사라져가는 봄 날씨는 꿀벌의 채밀기간을 줄어들게 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봉을 주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농가들은 폐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5년 전 양봉업에 뛰어든 김모 씨는 "취미 삼아 시작한 양봉이 꿀 생산도 잘되고 꽤 수익을 올려 업종을 아예 양봉업으로 전업했지만 매년 계속되는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꿀 생산량이 점점 줄어 이제는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 폐업이나 부수입을 올릴 만한 다른 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자체들도 신품종 꿀벌 개발 등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예천군 관계자는 "일반 꿀벌보다 벌통당 꿀 생산량이 31%가량 많고 번식력도 뛰어난 장원벌(정부장려품종)을 개발해 전국으로 분양하고 있다. 그 밖에도 어려움을 겪는 양봉 농가에 조금이나 도움이 되고자 벌통이나 채밀기, 탈봉기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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