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 "마음의 눈을 떠라, 스스로 변해야 세상도 변한다"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 이채근 선임기자 mincho@msnet.co.kr 사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 이채근 선임기자 mincho@msnet.co.kr 사

대구 가장 큰 절의 큰스님인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16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효광 스님은 '육체를 지배하는 마음론'을 화두로 제시했다.

효광 스님은 시종일관 '위대한 정신세계'에 대해 설파했다. 스님은 "보통 사람이 가시에 살짝 찔려도 그 아픔을 참지 못하지만, 전쟁 중에는 총알이 몸을 관통해도 그 고통을 잊기도 한다"며 "사실상 몸은 마음이 지배하는 세계에 존재하며, 우리가 잊고 있지만 위대하고 귀한 정신세계를 잘 보살펴야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맑게 유지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스님은 또 "대구경북은 대한민국 정신세계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팔공산은 5악 중 중악으로 한반도 역사의 중추세력의 근거지로 통일신라 1천 년의 기운이 태동한 곳이라는 것. 대구경북은 근대에 들어서도 국채보상운동 등 항일투쟁 정신과 새마을운동 등 근대화를 위해 목숨 바쳐 일한 지역이다. 스님은 "나라가 어려울수록 대구경북민이 힘을 합쳐, 바른길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효광 스님의 '마음론'

'남한테 손톱만큼 속아도 분기탱천하지만 자기 자신한테는 태산만큼 속아도 속은 줄을 모른다.' 효광 스님은 요즘 사람들이 자신에게 너무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세태에 대해 이런 법문을 들려줬다.

스님은 "자신을 엄격히 돌아보라. 그리고 스스로 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변할 수 있다"고 설법했다. 그러면서 "부처와 예수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스스로 변화하고 실천한 대표적인 인류의 성인"이라고 덧붙였다. 듣고 보니 참 맞는 말씀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려 마음먹는데, 어찌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 가당키나 하겠나.

효광 스님은 알아듣기 쉽도록 진나라 때 한 스님의 사례를 들려줬다. 맹면이라는 스님이 아주 소중한 도자기를 들고 가다 떨어뜨려 '와장창' 박살이 나버렸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갔다. 이를 본 행인이 "스님, 아까운 도자기가 다 깨졌는데, 왜 그냥 가십니까? 안타깝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맹면 스님은 "이보게! 내가 왜 마음마저 깨져야 하겠는가"라고 답하며 홀연히 가던 길을 갔다. 이 얘기의 핵심은 역시나 '마음'이다. 세상의 돈, 명예, 권력, 사랑 등도 한순간 왔다가 한순간 사라지는 것일 수 있으니, '마음을 잘 다스리라'는 얘기다.

스님은 "어리석은 사람은 물질의 궁핍에 안타까워하지만 정작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은 그 물질을 다스리는 마음"이라며 "물질의 결핍이나 육체의 아픔에 소중한 마음마저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팔공선문 생태복원 사업, 경관 좋은 동화사

동화사는 지금 공사가 한창이다. 팔공선문 터널 쪽에 생태복원 사업을 하고 있다. 작은 호수를 돌아 한바퀴 산책할 수 있는 데크로드를 조성 중이며, 이 공사가 완공되면 팔공선문 터널 아래로 차량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터널과 호수 주변에는 수달, 고라니, 멧돼지 등이 이동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있다.

효광 스님은 "동화사가 총림으로서 가져야 할 시설과 제도 완비는 물론이고 팔공선문 생태복원 사업이 완료되면, 많은 불자들과 관광객들이 힐링 산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달 11일 대구 천주교와 불교 지도자의 만남에서도 효광 스님은 조환길 천주교대구대교구장과 공사가 진행 중인 이곳에서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환담을 나눴다.

효광 스님은 동화사 주지로 부임한 이후 살림을 알뜰살뜰 잘 살고 있으며, 든든한 재정이 확보되면 앞으로 더 많은 사회사업을 할 계획이다. 스님은 "제가 다른 주머니를 차고 있지도 않고, 기도하는 이판승으로 살다 보니 돈에 그렇게 욕심이 없다"며 "동화사 역시 재물을 탐하는 사찰이 되어서는 안 되고, 다만 건강한 재정상태를 유지하며 많은 불자들과 관광객들에게 맑고 깨끗한 절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효광 스님은 특히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살생에 관한 교훈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정산'이라는 곳의 토굴에서 기거했던 지순 스님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한 사냥꾼이 야생 꿩을 쫓아 토굴로 들어가 꿩을 죽이려 하자, 지순 스님이 자신의 귀를 잘라 '대신 이 고기를 먹어라'고 하자 사냥꾼을 기겁을 하고 도망간 후 살생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

올해 부처님오신날 슬로건은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이다. 효광 스님은 지혜와 자비를 존재의 이치를 이롭게 하는 양 날개에 비유했다. 지혜 없는 자비와 자비 없는 지혜는 인류의 평화와 인간과 자연을 파괴하는 악으로 잘못 사용될 수 있음을 경계했다.

그는 "지혜는 존재의 이치를 제대로 파악하는 힘이며, 자비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행하는 실천"이라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자연과 자연은 조화로운 이치 속에서 화합하고 화평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효광 스님은 인터뷰 시작부터 끝까지 '마음론'을 벗어나지 않았다. 대구경북의 수많은 불자들을 위한 마지막 법어 역시 "마음의 눈을 떠라!"는 당부 말씀이었다. 그는 "어둠이 밝음을 이길 수 없듯이, 불자들은 미망 속에서 깨어나 깨달음을 얻으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물질에 사로잡힌 어리석음을 깨치고 나와 고귀한 정신세계의 참기쁨을 누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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