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악취로 고통받는 경상여고 당국은 원인 못 찾나 안 찾나

대구 북구 침산동에 있는 경상여고 학생들이 인근 공단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악취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악취 때문에 학생들이 두통을 호소하고 수업에도 지장이 생길 정도라니 상황이 매우 심각해 보인다. 이런 일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도 당국은 대책을 수립하기는커녕 원인조차 모르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경상여고 학생과 교사들이 악취에 시달린 것은 지난해 9월부터로 벌써 9개월째다. 플라스틱 타는 듯한 냄새 때문에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두통 등 이상 증세를 호소해 학교 측이 자습을 중단하는가 하면 기숙사 학생들을 귀가 조치시키고 기숙사에서 퇴사하는 학생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우선은 경상여고 학생들의 학습권이 크게 침해를 받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학교 측이 지난해 9월 이후 시교육청에 악취 발생 사실을 7차례나 공식 보고하고, 지난해 10월 말~11월 초에는 수능시험장 변경까지 건의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악취 나는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된 학생들의 건강도 걱정거리다.

하지만 대구시와 북구청 등 당국의 대응을 보면 무기력하기 그지없다. 유독 저녁시간대 이후에만 상습적으로 악취가 나는 것을 고려하면 인근 산업단지 업체에서 몰래 배출한 것으로 일단 추정된다. 북구청은 지난 9월부터 단속팀을 꾸려 학교 주변 공장들을 점검했다고 하지만 9개월이 되도록 악취 배출처를 못 찾고 있다.

학생들이 악취로 고통받는다면 침산동 일대 주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대구시와 북구청은 "관련법상 관리대상이 아닌 영세업체가 많아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 "전문 인력과 장비가 없다"는 등의 변명만 궁색하게 늘어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가용 인력과 재원을 총동원해서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환경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당국은 이 문제 해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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