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까지 세계 평화는 핵 공포에 의한 '의사(擬似) 평화'였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핵무기는 너무나 위력적이어서 사용하지 못한다는 '공포의 균형'이다. 소련에서 브레즈네프 집권 이후 '데탕트'(긴장 완화)가 형성되면서 공포 지수가 낮아지기는 했으나, '핵에 의한 공포'의 지배는 여전했다. 데탕트는 기본적으로 냉전의 연속, 그리고 냉전은 곧 '의사 평화'의 지속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레이건이 훌륭한 것은 이런 고리를 끊어버렸다는 점이다. 그는 대통령 입후보를 선언하면서 데탕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추수감사절까지 농부가 칠면조에게 해야 하는 일 아닌가요?"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요리해야 하는 것처럼 데탕트를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데탕트와 냉전에 대한 레이건의 철학을 압축해 보여주는 말이다. 레이건은 데탕트가 냉전을 영속시켰고, 또 영속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에 데탕트를 소멸시켜야 냉전이 종식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고 혁신을 바탕으로 레이건은 소련을 공존이 아니라 해체의 대상으로 바꾸었다. 그는 1981년 5월 노트르담 대학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방 진영은 공산주의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초월할 것이다. 공산주의를 규탄하지 않을 것이다. 해체할 것이다." 이를 위해 꺼내 든 카드가 우주에서 공격 미사일을 요격하는 '전략방위구상'(SDI)이었다. 소련은 대응책이 없었다. 과학기술에서 그럴 능력도 없었고 그럴 돈도 없었다. 한마디로 인정사정 보지 않고 소련을 몰아붙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승리했다.
문재인 정부도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이런 단호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한 측 입장에서 우리가 좀 이해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말은 걱정을 자아낸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정 실장이 언급한 '북한 측 입장'이라면 문 정부의 북한 비핵화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역지사지(易地思之)도 상대가 있고 대상이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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