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속에서 태양신 찾는 축제
세상 질서 바로잡는 퍼포먼스
지역마다 고유의 색깔 마쓰리
새로 시작하는 시간 의미 내포
일본의 여름은 '마쓰리'로 기억된다. 동네 곳곳 신사와 사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마쓰리가 열리고, 사람들은 들뜬 마음을 "어샤 어샤" 큰 소리로 표현하면서 커다란 무리를 이룬다. 사실 마쓰리는 여름에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교토의 기온 마쓰리, 아오모리의 네부타 마쓰리와 같은 큰 마쓰리가 여름에 집중되어 있어서 그리 기억하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마쓰리를 '일본의 축제'라고 하지 않고, 고유명사를 고집하는 것은 마쓰리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에 다가가고 싶기 때문이다. 마쓰리는 신에 대한 기원과 감사의 종교적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나는 노래 가사 하나를 소개하는 것으로 그 설명을 대신하겠다. 엔카 가수 기타지마 사부로의 '마쓰리'라는 곡이다. 엔카는 대중음악 장르의 하나인데, 박력 넘치는 이 노래의 가사는 마쓰리를 참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교과서에도 실린 곡이다.
"남자는 마쓰리를 통해서 자란다"고 시작하는 이 노래는 "산신이여, 바다신이여, 감사하다"고 한 다음 1절에서는 "풍년 마쓰리다! 흙냄새 품고 있는 아들놈의 손이 보배지", 2절에서는 "풍어 마쓰리다! 아들이여, 첫배를 저어라"면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식을 들먹인다. 마쓰리란 신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내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의 삶도 중요하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일본은 지역마다 수많은 신사가 있고, 신사마다 모시는 신이 각각 다르다. 일본은 참으로 많은 신들이 존재하는 나라이고, 마쓰리는 신에 대한 제사라고 할 수 있다. 마쓰리는 제사의 '제'(祭) 자를 쓰고 그렇게 읽는다. 그런데 신들과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아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고기잡이를 하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으로 보아 마쓰리는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하나의 시간이자 공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시작은 무엇일까, 나는 마쓰리의 시작을 일본 건국신화에서 찾는다. 동생의 심한 장난에 화가 난 태양신 아마테라스가 동굴 안으로 숨고 바위 문을 닫아버리는 일이 있었다. 하늘은 완전히 암흑이 되고, 지상에서는 생명이 자라지 않게 되었다.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신들이 모여서 궁리한 끝에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였다. 요란스럽게 춤을 추는 한 여신의 옷이 흘러내려 가슴이 드러나자 신들은 손뼉을 치면서 웃어댔고, 동굴 속의 태양신은 궁금한 나머지 바위 문을 살짝 열었다. 이 틈에 힘센 신이 태양신의 손을 잡아 끌어내자 세상은 다시 밝은 세상으로 돌아왔다. 암흑 속에서 다시 태양의 빛을 찾는 일, 이것은 세상의 '일그러짐'을 원래의 질서로 되돌리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툼, 슬픔, 재해, 갈등, 노여움 등등 감당하기 어려운 일상의 일그러짐을 재정비하기 위한 하나의 행위가 마쓰리라고 감히 말한다. 여기에는 열심히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능동적 의지가 보인다.
그래서일까. 일본에서는 물을 뿌린다거나 물에 씻는다거나 물에 뭔가를 떠내려 보낸다거나 하는 행위가 주가 되는 마쓰리를 볼 수 있다. 일본 3대 마쓰리 중 하나인 오사카 덴진 마쓰리가 대표적이다. 300여 명이 마을 강가에서 몸을 청결히 하고, 나무로 만든 창을 물에 떠내려 보내는 의식으로 마쓰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일본에서 "물에 떠내려 보낸다"는 말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이것으로 끝을 내자"는 뜻이 담겨 있다. 이른바 마쓰리를 통해서 이제까지 갈등은 모두 끝내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를 가진다. 지난 억울함을 기억하고 한을 품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작'의 시간을 마련하는 의식이다.
마쓰리는 각각 고유의 색을 가지고 의미를 담고 있어서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지만, 나는 신들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간과 공간을 통해서 일그러진 세상을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시간임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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