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문화의 보고(寶庫), 간송미술관의 보물들이 대거 대구에 온다. 신윤복의 '미인도', 김홍도의 '마상청앵', 김득신의 '야묘도추' 등 굳이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교과서에서 봤던 회화 원작(原作) 100점을 '간송 조선회화 명품전'을 통해 6월 15일부터 대구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이번 대구특별전은 간송 전형필 선생께서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보화각'(빛나는 보물을 모아두는 집)을 세운 지 8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고자 열리게 되었다. 특히 지역으로서는 수성구 삼덕동에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개최되는 간송재단 최초의 지방 전시회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간송 전형필(全鎣弼·1906∼1962) 선생은 '문화보국'(文化保國) 정신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의 민족문화·정신 말살정책에 맞서, 사재를 턴 헌신적인 문화재 수집으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인물이다.
그의 문화재 수집 일화는 유명하다. 이번에 전시되는 정선의 '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은 문화재 수집을 위해 친일파 송병준(宋秉畯1858~1925)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집의 젊은 주인 송재구의 환대를 받으며 문화재 구입을 논의하다가 해가 저물어 사랑채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는 길에 우연히 머슴이 사랑채에 군불을 때는 것을 목격했다. 그때 머슴이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문서 뭉치에서 쪽빛 비단으로 꾸민 책을 발견하고 그 책을 머슴에게 보관해 두라고 이른 후 아침에 집 주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20원에 구입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해악전신첩'으로, 이번에 대구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크게 3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1섹션은 간송 전형필 선생의 삶을 재조명하는 장으로서 문화재 수집 일화와 함께 그와 관련된 유물 30여 점이 소개된다. 2섹션에서는 조선 초중기의 안견, 신사임당, 이정을 시작으로 조선 후기의 정선, 신윤복, 김홍도를 거쳐 조선 말기의 김정희, 흥선대원군에 이르는 조선시대 대표 거장들의 국보급 풍속화와 산수화가 한자리에 전시된다. 3섹션에서는 전통미술과 디지털 기술이 어우러진 미디어아트 전시, 작품 VR 체험 등을 통해 문화재를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몸소 체험해 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제공한다.
우리 시는 지난 2015년 7월 간송재단과 대구간송미술관 건립 공동사업 추진 협력 의향서를 체결하고, 2016년 10월 시민토론회를 거쳐, 그해 연말 건립 계약을 체결하였다. 현재는 정부의 타당성평가, 투자심사 등 일련의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설계용역 착수를 앞두고 있는 상태로, 2021년이면 전시실과 교육 및 체험 공간, 수장고 등의 기능을 갖춘 대구간송미술관을 만나볼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을 통해 대구는 간송이 보유한 독창적이고 배타적인 전통적 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글로벌 문화도시로서의 잠재력과 경쟁력을 한층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분연히 일어났던 국채보상운동, 228민주운동 등 '대구 정신'이 간송 선생의 문화보국 정신과 맥을 같이하면서, 호국도시로서의 지역 정체성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만수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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