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심상치 않다. 돈은 돌지 않고, 소득 격차는 심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고액 계좌가 6만2천 개에 이른다. 1년 만에 2천 개가량 늘었다. 이들 계좌의 전체 예금 규모는 500조원에 육박한다.
1년 전에 비해 33조3천160억원 증가한 것이다. 2014년부터 4년 연속 30조원대 수준의 증가세를 보였다. 2014년은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추진한 시기다. 은행 이자가 쥐꼬리 수준인데도 현금이 은행에 쌓여만 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경상소득 증가율(전년 대비)이 14.1%에 달했다. 나머지 80% 가구의 경상소득 증가율은 3.1%에 그쳤다. 그 차이는 11.0%포인트(p) 웃돌아 사상 최대의 격차를 보였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당시 소득 주도 성장을 기치로 내걸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통해 서민들의 지갑을 채우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경제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책 기조에 맞춰 1년여간 경제정책을 이끌어왔지만 오히려 소득 불균형은 더 심해지고 말았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에 쌓여만 가는 고액 저축과 양극으로 치닫는 부자와 빈자의 소득 격차를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으로 돌리려는 것은 아니다.
이전 정권에서도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망설였고 신규 투자는 해외에 집중했다. 소득 불균형은 위험신호를 보낸 지가 하도 오래돼 언제부터 심각해졌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다. 기업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지만 기업체 연간 부도율은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마저 어렵다고 재계가 앓는 소리를 내지만 30대 재벌들의 사내유보금은 883조원에 이른다.
물론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복지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살펴보자면 한숨만 나온다. 얼마 전 필자는 모 기관의 신입 직원 채용시험 최종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면접에 올라온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며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그 절박함과 간절함이라니. 한 나라를 다스리려는 지도자 또는 정치권력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민생 안정'이다.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고 먹고사는 걱정없이 삶을 누리게 해줘야 한다.
지방선거는 끝났고, 민심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누군가는 승리감에 도취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쓰라린 패배를 곱씹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기뻐할 것도, 너무 깊이 좌절할 것도 없다. 선거는 다시 돌아올 것이고, 그때 민심은 다시 냉철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팽배했던 긴장감도 다행히 한풀 꺾였다. 한때 전쟁 위기로 내몰렸던 한반도는 남북 간, 북미 간 정상회담을 통해 극적인 반전을 보였다. 너무도 당연해서 식상할 정도지만, 민생에는 정말 여야가 없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의 편가르기는 당장 일자리를 걱정하는 청년들이나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에 한숨 짓는 서민들에게 아무런 메시지를 던지지 못한다.
기업과 자산가들이 선뜻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내일을 희망하는 나라로 바꾸어야 한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다시 오를 심판대를 두려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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