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골조 작업의 대부분은 타워크레인이 맡고 있다. 그래서 타워크레인 기사는 건설 현장에서 꽃 중의 꽃으로 불린다. 보수도 어느 정도 받는다. 이런 화려함은 현장 근로자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상공 3.3㎡ 작은 공간에서 하루 8시간 이상 작업해야 한다. 외로움과 싸워야 하고 무전기와 씨름을 해야 한다. 또 생명을 담보한 위험이 상존한다. 바람이 불면 가슴이 철렁한다. 타워크레인이 부러지면 사망이다. 기사들의 삶은 공포의 연속이다. 기사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건물 골조가 완공되면 작업장을 떠나야 한다. 항상 고용 불안이 마음 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지역에서 타워크레인 기사 15년 차인 김주한(40) 씨. 그는 기사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작업도 안전이 우선이지만 효율성도 따진다. 그를 통해 생생한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속살을 들여봤다.

◆철계단 200개, 걸어서 하늘까지
그가 현재 운전하는 타워크레인은 높이 60m 짜리다. 땅에서 보면 운전석은 하늘 먼곳에 매달려 있다. 아침 7시부터 작업은 시작된다. 안전을 위해 몸풀기 운동을 하고 현장소장의 작업 개요를 듣는다. 안전모, 안전화, 안전벨트를 한 그는 수직의 타워계단을 직접 걸어올라가야 한다. 타워크레인 계단은 200개 정도. 크레인 사각 철구조 안쪽 공간으로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계단간 거리는 약 30㎝. 수직계단을 한칸씩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그의 몸무게는 78㎏ 정도. 철제 계단을 손으로 잡아당기면서 발을 윗 계단으로 옮겨야 힘이 덜 든다. 200계단을 오르는데 시간은 10~15분 걸린다. 지금은 힘이 부쳐 중간에 세 번 정도는 쉰다. 20대 시절엔 거침없이 단숨에 걸어올라갔다. 당시엔 10분도 안 걸렸다. 조종실에 도착하면 온몸에 땀이 범벅이다. 팔의 힘이 빠지고 다리도 후들거린다. 일단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잠시 쉬면서 땀을 식힌다. 상공에서 탁 트인 풍광은 기사들만 누리는 특권이다. 기사들은 힘든 크레인 계단을 하루 4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한다. 계단을 내려오는 것도 힘이 쓰이기는 마찬가지다.

◆3.3㎡ 공간서 하루 8시간 작업
타워크레인 조종실은 3.3㎡ 남짓하다. 이곳 작은 공간에서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해야 한다. 크레인 기사는 오전 5시간 근무, 점심 1시간 휴식, 오후 3시간 근무 형태다. 그리고 오전, 오후 각각 30분씩 참을 먹는 시간도 있다.
아침에 조종실에 올라가면 5시간 동안 상공에서 꼼짝달싹 못한다. 조종실에는 무전기, 에어컨이 있다. 생리현상도 좁은 공간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는 작은 볼일을 위해 빈 페트병을 갖다놓았다. 큰 볼일은 급하면 내려와야 한다. 생리현상 때문에 먹는 것도 적게 먹으려 노력한다.
타워크레인은 전기모터로 작동된다. 작업이 시작되면 온갖 소리와 싸워야 한다. 철근이나 거푸집을 올려달라는 무전기 소리, 물건을 인양하거나 밀고 당길 때 나는 모터 소리, 물건을 내리면서 제어하는 브레이크 소리 등 요란하다. 여기에 전압 소리, 전자제어 소리도 난다. 타워 기사는 일당백의 일을 수행한다. 운전을 잘하고 작업 우선 순위를 알아야 베테랑이다. 그래야 현장작업의 효울성이 높아진다. 건물이 한층씩 쑥쑥 올라갈 때 일의 보람을 느낀다. 참을 먹는 시간이 상공의 유일한 휴식이다. 스마트폰과 음악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다.

◆무거운 물건 들면 크레인 '기우뚱'
"타워크레인은 운전을 하면 할수록 조종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몰랐던 위험까지 자꾸 알게 되니까요."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상공 작업은 공포의 연속이다. 높이에 대한 거리감 파악이 기본이다. 거리감은 현장마다 다르다. 물건을 매달아 인양하고 낙하 위치로 이동해서 정확하게 물건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런 정확한 작업 프로세서가 생명이다. 기사가 거리감을 모르면 사고는 필연적이다. 또 무거운 물건을 들면 크레인이 앞으로 기우뚱하고 물건을 놓으면 크레인이 뒤로 기우뚱한다. 몸체가 부러지지 않을까 가슴이 철렁한다. 이밖에 물건 인양 로프가 끊어지지 않을지, 묶은 물건이 풀리지 않을지, 제어 브레이크가 터지지 않을지 항상 긴장상태다.
바람은 타워크레인의 천적이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타워가 흔들거린다. 바람이 초속 10m 이상 불면 작업을 할 수 없다. 이럴 때 기사들은 크레인의 날개인 지브가 풍향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스윙브레이크를 풀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람 저항이 높아져 타워가 부러지는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화려한 현장 뒤에는 죽음의 공포
"타워크레인 기사는 현장의 화려함도 있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도 공존하고 있어요."
김 씨는 군제대 후 23세 때 타워크레인 기사로 입문했다. 1년 정도 부사수로 건설 현장 일을 배웠다. 처음엔 고소공포증도 있었지만 일을 하면서 극복했다. 지금 보수는 월 500만원 남짓이다. 현장의 꽃인만큼 조금 두둑한 편이다. 하지만 높은 상공에서 작업하다보니 위험이 상존한다. 크레인이 넘어지면 죽음뿐이다.
크레인 기사의 근무 기간은 건물 층수에 따라 1년이나 10개월 정도이다. 기사는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다. 크레인 작업이 끝나면 다음 일할 현장은 있을까? 일을 잘못해 사고가 나지 않을까? 10년 뒤 미래가 보장될 수 있을까? 기사들은 일을 하면서 온갖 걱정이 가득하다. 또 하루종일 좁은 공간에 앉아있다 보니 직업병도 생긴다. 작업 특성상 기사들의 성격은 예민해지고 외골수가 많다. 운전 중에는 아래를 자주 봐야 하기 때문에 허리가 구부정해지고 척추질환에 자주 걸린다. 복부비만이 늘고 신경성 위염, 소화기 장애를 겪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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