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폭탄 돌리기와 한국 야당의 내분

김구철 전 아리랑T V 미디어 상임고문

김구철 전 아리랑TV 미디어 상임고문
김구철 전 아리랑TV 미디어 상임고문

헛껍데기만 남은 정당 보물 취급
국민 관심 없는데 당직 싸움 몰두
바른미래당의 구태도 마찬가지
지방선거 메시지는 "폭삭 망해라"

주식 투자하는 꾼들 사이에 '상투 잡다' '폭탄 돌리기' 같은 은어가 쓰인다. 작전 세력이 개입해 내재가치 이상으로 크게 오른 종목, 결국 폭락할 일만 남은 종목을 사는 개미 투자자를 가리켜 '상투 잡았다'고 한다. '폭탄 돌리기'는 급등락을 반복하다 폭락하는, 말로(末路)가 뻔히 보이는 작전주를 시한폭탄에 비유한 말이다. 시한폭탄을 누구에게 넘기느냐, 누가 더 뻔뻔하냐는 치킨게임이다. '상투 잡기'든 '폭탄 돌리기'든 정상적인 투자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야 피해를 보든 말든, 시장 질서를 교란하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편법이다.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나 현존하는 최고의 고수 워런 버핏의 투자 방식은 당연하게도 그 대척점에 있다. 린치와 버핏의 가르침은 아주 간명하다. 집은 값이 폭락해도 들어가 살면 되지만, 주식은 값이 떨어지면 화장지로도 쓸 수 없는 폐지조각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실물경제, 일상생활로 뒷받침되지 않는 주식 종목을 피하라. 오히려 남들이 멀리하는 전통적 주식, 3D 업종에 주목하라. 최근 붐을 타고 있는 가상화폐,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워런 버핏은 매우 비판적이다. 린치도 현역에 있었다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버핏이 가상화폐 투자를 반대하는 이유는 명쾌하다. 가상화폐는 실체가 없는 헛껍데기다. 연동된 지금(地金)도 없고, 국가나 은행이 가치를 보증하지도 않는다. 대다수 투자자는 관심 없는 극소수 투자자 그들만의 리그다. 자기들끼리 열 올리며 사고팔고, 터무니없이 값을 올린다. 마지막에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사람은 상투를 잡을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무책임하다. 해킹에 안전하다 뭐다 온갖 거짓말을 늘어놓고, 문제 생기면 책임지지 않고 피한다. 가상화폐 거래자들은 분열적이다. 통합의 시대에 가상화폐는 나누고 또 나누고 그러면서 내 가상화폐가 더 낫다고 끝없이 밥그릇 싸움을 한다.

우리 정치권 특히 오늘의 야당이 이런 형국이다. 헛껍데기만 남은 정당인데, 자기들끼리 소중한 보물 다루듯 한다. 스스로 배지 달 능력도 없는 인사들이 스스로 터무니없이 비싼 몸값을 매긴다. 샤이 보수니 뭐니 숨은 지지층이 있다고 거짓말을 늘어놓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지지층이라곤 씨에 쓰려 해도 찾을 길이 없다. 대다수 국민은 관심 없는데, 극소수 자기들끼리 당직을 놓고 싸운다.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고도 나는 책임이 없단다. 서로 목을 쳐야 한단다. 위기 수습은 내가 적격자라고 나선다. 그렇게 잘났으면, 2017 대선, 이번 613 지방선거 때 국회의원 배지 떼고 출마하지 그랬나? 그렇게 선거를 겁내면서 왜 정치를 하나? 게다가 무책임하다. 박근혜 탄핵된 지 1년 하고도 석 달이 지났는데, 현역 배지 가운데 은퇴를 선언한 단 한 사람이 없다. 이래도 한국 야당이 가상화폐, 증권가 작전세력과 다른가?

다른 점도 있다. 블록체인 신기술이 적용되지만, 정치는 구태만 반복한다. 역사가 짧아 폐해가 덜 알려졌지만, 폐해를 가리기에는 야당의 역사가 너무 길다. 암호화폐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야당은 싫어한다. 그래서 암호화폐는 희망의 단초가 있고, 야당은 미래조차 없다.

속을 만큼 속은 국민은 지난해 대선 때 한국 야당의 상투를 잘라 버렸다. 민머리가 드러났는데도 야당은 여전히 국민에게 상투 잡기를 강요한다. 국민은 이제 더 이상 정치의 상투를 잡지 않을 것이다. 정치의 폭탄 돌리기에 관심을 끊을 것이다. 자유한국당만 문제가 아니다. 바른미래당 역시 이름만 그럴싸하지, 편법으로 굴곡지고 내분으로 골병들고 구태에 젖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국회직, 당직 욕심 그만 내고, 기성 정당의 틈새만 파고드는 연탄가스 행태를 그만두고 정체를 분명히 하기 바란다.

국민이 지방선거를 통해 보낸 메시지는 명확하다. 한국 야당이여, 너나 상투 잡아라. 너네끼리 폭탄 돌리다 폭망해 버려라.

김구철 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헌법 전공). 전 KBS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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