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진짜 형제가 되자

취수원·통합 대구공항 등 대구 현안 위해 경북과 진정한 상생관계 절실

정욱진 사회부 차장
정욱진 사회부 차장

대구 취수원과 통합 대구공항 이전. 대구의 최대 관심사이지만 대구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경상북도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문제 해결이 힘들다.

그동안 대구와 경북은 말로는 '한뿌리'이고 '형님, 아우'라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았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다른 광역자치단체처럼 경쟁 상대였다.

10년쯤 된 일화다. 기자가 대구시 고위 공무원이었던 A씨(지금은 퇴직했다)와 차를 마시고 있었을 때다. 그때 한 직원이 경북도에서 공문이 왔다며 A씨에게 결재를 받으러 방에 잠시 들어왔다. 공문의 내용은 대략 '한국마사회가 신규 경마장 설치를 위해 후보지 공모에 나섰는데, 경북도가 신청하려고 하니 대구시의 협조를 구한다'로 요약된다. 공문을 본 A씨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흘러나왔다. "우리도 신청해."

짧았지만 강렬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의아한 표정을 짓던 기자에게 그는 "제4 경마장 유치는 대구도 필요하다. 서로 경쟁하면서 살아가는 거지, 우리가 안 나간다고 경북이 유치한다는 보장은 없지 않나"라고 했다. 실제 대구시는 제4 경마장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경북도에서는 '이럴 수가 있냐'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경북도도 마찬가지다. 이후 도청을 출입하면서 만난 많은 도 공무원 중 대구시 공무원을 좋게 말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의리가 없다느니, 겉과 속이 다르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등 '깍쟁이' 이미지였다.

싸움을 붙이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다만 이랬던 대구와 경북이 변화의 물꼬를 트고자 하기에 응원하려는 바람이 더 크다. 요즘 권영진 시장을 만나면 이철우 도지사 얘기를 많이 한다. 그는 "대구경북이 따로따로 자기의 살길을 찾아선 안 된다. 대구가 아프면 경북이 아프고, 경북의 기쁨은 대구의 기쁨"이라는 말을 요즘 달고 산다.

특히 권 시장은 대구의 경제계나 학계, 언론계 등에서 시장을 초청하려는 제안이 들어오면 꼭 '경북도지사도 함께 모시자'라며 역제안을 한다고 전해진다.

대구와 경북은 하나가 돼야 하는 운명공동체인데, 양 단체장이 먼저 합심하는 모습을 자꾸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권 시장의 의중이 아닐까 생각된다.

태풍 때문에 무산됐지만 지난 2일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상호 출범식 참석'도 대구와 경북의 진정한 상생 의지를 다지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 자신의 취임식을 오후로 미루면서까지 옆집 취임식에 참석해 축하하고, 오후 일정을 조정하는 수고를 무릅쓰고 답방하는 초유의 아름다운 광경이 벌어질 뻔 했으니.

십수 년째 풀리지 않는 대구의 숙원들을 살펴보면 경북과 연관되는 것이 많다. 통합 대구공항 이전도 그렇고, 취수원의 구미산단 상류지역 이전은 더 그렇다. 대구신청사 건립도 어찌 보면 경북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현안들을 중앙정부의 생색내기용 도움을 받지 않고도 우리 스스로 슬기롭게 풀기 위해선 대구와 경북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그래서 최근 대구경북에 함께 불고 있는 상생 바람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내달 13일 경북 안동에서 민선 7기 첫 대구경북 한뿌리상생위원회가 열린다고 한다. 이번엔 좀 다를 것이란 게 실무진의 얘기다. 그간 명색만 유지하던 한뿌리상생위가 아닌 구체적 상생 협력을 위해 근본 틀부터 확 바꾸겠다고 한다. 2018년 여름, 대구와 경북이 진정한 상생의 끈을 함께 부여잡고 수도권에 비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는 지역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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