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경북도청 공무원 A씨는 요즘 여름 휴가 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지난해만 해도 긴 하계 휴가는 꿈도 못 꿨지만 올해는 평일 5일에다 주말까지 합쳐 9일 간 휴가를 떠나기 때문이다. A씨는 “직전 도지사님은 휴가를 안 가기로 유명하셔서 직원들이 선뜻 휴가원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번 지사님은 먼저 휴가를 가고 권장해 마음 편히 휴가를 떠날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다.
경북도청이 하계 휴가에 들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5급 이상 전 공무원들에게 ‘여름 휴가를 무조건 5일 이상 사용하라’는 특명을 내려서다. 위에 눈치 보지 말고 휴가를 가라는 취지다.
이 도지사도 1일부터 7일까지 휴가를 떠난다. 휴가지는 두 돌이 지난 손녀와 함께 찾을 계획인 봉화 은어 축제장을 빼고는 줄곧 안동에만 머무를 예정이다. 재난 수준의 폭염이 이어지는 만큼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탓이다.
그간 경북도에선 긴 휴가를 갖는 데 불편한 진실이 존재했다. ‘일벌레’란 애칭이 붙었을 만큼 김관용 전 도지사가 휴가에 인색했던 탓이다. 김 전 지사는 2015년 메르스 파동 때 경북도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2박 3일 동안 휴가를 떠났을 뿐 거의 휴가를 쓰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의 휴가 시점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나온다. 통상 7월말에 있는 정기인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시점에, 그것도 폭염이 최고조에 이른 때에 휴가를 떠나는 것이 자칫 도정을 소홀히 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도 한 공무원은 "직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인사가 계속 늦어지는 상황에서 지사님이 아무리 휴가를 독려한다 해도 휴가가 달갑지만은 않다"며 "인사가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가를 떠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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