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뭐니 뭐니 해도 최대의 화제는 더위다. 아니 더위보다는 폭염이라고 해야 적당할 것 같다. 1907년 근대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올해는 연일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올림픽 신기록이 경신되듯 계속 신기록이 세워지면서, 한편으로는 신기록 행진에 어쩔 수 없이 평등하게 동참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마음 한편으로는 뿌듯해지기도 한다.
더위하면 역시 대구다. 강원도 홍천이 신기록을 작성했다지만, 꾸준히 오래도록 그리고 역사적으로 대구는 폭염의 도시였다. 오죽하면 대프리카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폭염의 도시를 상징하는 달걀 프라이 조형물까지 만들었겠는가.
서울에서 뜨거운 여름에 주위를 잘 살펴보면, 유독 더위를 잘 참는 사람들 중에는 대구 출신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서울 사람들이 덥다고 연신 땀을 훔쳐대면, 대구 출신 족속들은 '뭐 이 정도 가지고 호들갑을 떠나'면서, 무표정하게 인내한다.
그러면서 자긍심을 가진다. 서울의 더위 정도는 얼마든지 인내할 수 있다는 그 강건한 자긍심. 한때 경북고나 대구상고의 야구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통합 우승에서 자긍심을 드러냈듯이, 이제는 패배하지도 않고 해마다 찾아와 대구를 뜨겁게 달구는 그 폭염에서 대구 출신들은 생뚱맞은 자긍심을 느끼는 것이다. 그 자긍심은 긍정적으로 본다면, 타향살이의 삶의 혼탁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에너지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대프리카 출신이니만큼, 대구의 폭염도 잘 견뎌냈듯이, 어려운 일도 참고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구 사람으로서 동대구역 광장에 대해 한마디 말할 게 있다. 냉방이 잘 된 KTX 열차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기 위해, 이제 공사가 끝난 동대구역 광장을 한여름 오후에 가로질러 가 본 적이 있는가?
역사에서 광장으로 나오자마자 훅 숨이 막힌다. 곧이어 온 몸의 땀샘에서는 물이 솟구치기 시작한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그늘 하나 없는 동대구역 광장의 그 삭막하고 넓은 콘크리트 덩어리는 대프리카 중의 대프리카, 대프리카의 사하라다.
대구 사람이 아닌, 함께 간 내 안의 '서울 사람'이 그 광장을 가로질러 택시를 타고나서 내뱉은 일성(一聲)은 '역시 대프리카,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대구는 대구의 대표적인 관문인 동대구역에서부터 이렇게 방문객들에게 대프리카의 '본때'를 보여준다. 그 '서울 사람'은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아예 동대구역 광장에 모래를 깔아 낙타 두어 마리 가져다 놓고 대구를 상징하는 '사하라 체험' 관광 상품을 개발하든지, 아니면 나무도 심고 차양막을 설치해 그늘도 만들지. 곳곳에 다양한 분수를 설치해 분수 광장으로 만들어도 좋고, 분수가 많으면 밤에는 시민들이 새로 생긴 백화점에 왔다가 광장에서 놀 수도 있을텐데. 그 광장에서 대구가 자랑하는 '치맥'을 팔아도 좋을텐데. 밤에는 분수에 조명을 예쁘게 설치하면 교통 편리한 대구의 새로운 명소가 대구 시민뿐만 아니라 외지인도 끌어들이는 관광 상품도 될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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