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살기 좋은 대구경북을 꿈꾼다

남종경 대구가톨릭대 교무처 직원

남종경 대구가톨릭대학교 교무처 직원
남종경 대구가톨릭대학교 교무처 직원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 오스트리아 빈이 선정됐다. 빈에 이어 호주 멜버른이 2위, 일본 오사카, 캐나다 캘거리, 호주 시드니, 캐나다 밴쿠버가 나란히 3위부터 6위를 차지했다. 특히 일본은 오사카 외에 수도인 도쿄가 캐나다 토론토와 함께 공동 7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기사를 보는 내내 순위권에서 국내 도시를 찾았다. 서울이 그나마 59위에 올랐다.

세계 순위를 따지다 보니 우리 지역 현실이 궁금해졌다. 대구경북은 과연 살기 좋은 도시일까. 경북의 상당수 시군구가 소멸위험 지역에 처했다는 소식을 며칠 전 신문에서 본 것이 떠올랐다. 전국에서 소멸위험이 가장 큰 곳으로 조사된 경북 의성은 물론 경북도청이 자리 잡은 안동과 경주, 김천도 올해 소멸위험지역으로 추가됐다. 이 밖에도 고령, 군위, 봉화, 상주, 성주, 영양, 청도, 청송이 포함됐다.

놀라운 점은 지방 소멸 문제가 지방 대도시 권역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광역시 중 소멸주의 단계에 진입한 곳은 대구와 부산으로 원도심 쇠퇴와 정주 여건 악화, 인구 유출로 인한 소멸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구는 타 광역시에 비해 청년 유출이 심각하다. 학업, 일자리를 찾아 서울과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는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대구 지역 전 연령층 순유출자 수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지역 청년층 순유출자 수는 2014년 8천338명에서 지난해 6천48명으로 일시적인 감소세를 보였으나 전 연령층 순유출자 수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기준 50.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유출 원인으로는 일자리가 가장 컸다. 대기업 하나 없는 지역 산업 기반의 붕괴와 매년 되풀이되는 지방 제조업의 위기, 지역내총생산(GRDP) 만년 꼴찌를 기록하고 있으니 청년이 지역에 있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GRDP 성적표는 참담하다. 1992년 지방자치 시대 출범 이후 26년간 전국 16개 광역시도단체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지역 산업이 무너지니 지역 인재 유출은 물론 지역 내 대학들의 경쟁력도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취업률도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교육도시 대구라는 말도 무색해지고 있다. 재학생 충원율과 전임교원 확보율, 전임교원 1인당 논문 실적, 신입생 충원율, 중도탈락 학생률에서 전국 대학 평균에도 못 미치는 지역 대학들이 수두룩하다. 또한 졸업자 3천 명 이상인 지역 대형 대학의 취업률 성적표는 한숨을 자아내게 한다. 전국 평균 취업률에도 한참 못 미치는 대학들이 많기 때문이다. 평균 이하의 취업률이 지역 대학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다.

지역 일자리 증대, 교육 경쟁력 향상, 청년실업 해결,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지역 발전, 지역사회 현안 해결을 위해 지자체, 지역 기업, 지역 대학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 알을 깨고 나올 때 안의 병아리와 밖의 닭이 동시에 쪼아대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교훈이 지역 사회 곳곳에서 이뤄져야 한다. 살기 좋은 대구경북, 한 가닥 희망은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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