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섬유기계산업의 현실과 부활

이정호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 기업지원센터장·경영학박사 

이정호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 기업지원센터장
이정호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 기업지원센터장

섬유산업은 한때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에 한 축을 담당했지만, 2000년대 초·중반을 정점으로 글로벌 마켓의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라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이 같은 위기상황 속에서 대구경북의 섬유산업은 기존 의류용에서 융·복합소재 기반의 다양한 특수소재를 개발하는 등 글로벌 섬유산업의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 정면승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섬유를 여전히 '사양산업'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섬유기계산업까지 '도매금'으로 비슷하게 취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의 섬유기계산업은 2000년대 이후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내수는 어렵지만 새로운 시장을 찾아 수출로 새로운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섬유기계산업이란 섬유 제품을 생산하는 기계류를 제조하는 산업이다. 섬유산업을 단순 2차 가공 제조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실제로는 생산장치(기계)에 크게 의존하는 장치산업이다. 섬유제품의 품질은 가공기술에 의해 차이가 나는데 이러한 가공기술에는 반드시 섬유기계의 품질이 뒷받침돼야 한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섬유기계산업은 전 세계 점유율의 4.2%로 7위, 수출은 7.3%로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의 비중이 높다. 이는 국내외 시장환경, 국내 기업의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 등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섬유기계를 독자적으로 가공·조립·생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제조국이기 때문이다.

섬유(옷)는 세계 어디서든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제조하는 섬유기계 역시 필수불가결하다. 주요 섬유제조국에서의 수요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섬유 수출국이면서 섬유기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와 같은 동남아 국가들은 가격이 저렴하고 기술과 품질이 우수한 한국산 섬유기계를 매우 선호한다. 최근에는 중앙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우리나라 섬유기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나 지자체는 다른 첨단산업에 비해 산업환경과 시장, 인프라가 작다는 이유로 주요 중점 산업정책에서 섬유기계산업을 홀대한다. 섬유기계는 얼마든지 첨단산업으로 꽃피울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정말 안타까운 심정이다.

젖이 조금 적게 나온다고 살처분하고 새로운 암소를 사오려 해서는 안 된다. 국내에는 여전히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혁신기업이 존재하고, 기술 및 인력, 기초 인프라 등의 성장기반이 조성되어 있다. 사료를 잘 주고 사육 환경만 조금 고쳐주면 얼마든지 우유를 더 많이 짜낼 수 있는 젖소, 즉 '캐시카우'로 키울 수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산업의 일자리를 지키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첨단산업의 성장은 기업과 정부의 지원정책 여하에 달려 있다. 기업은 필사즉생의 각오로 원천기술력 확보와 혁신제품 개발에 매진해야 하고, 정부는 국내기업과 세계시장을 철저히 조사·분석하여 적절한 혜택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

오늘도 섬유기계 수출 역군들은 세계 곳곳의 오지에서 우리나라 섬유기계 수출을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섬유기계산업의 부활을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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