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에 둔감한 한 70대 귀농인이 벌인 총기 참극이 자칫 더 큰 참사를 부를 뻔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충격을 던지고 있다.
봉화 총기 사건은 부상당한 사찰 승려와 숨진 면사무소 공무원뿐 아니라 마을 이장도 범행 표적이었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고 있다.
이 사건의 범인 김모(77) 씨는 마을이장을 첫 번째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가 실패한 뒤 인근 사찰로 가 승려 범행 후 다음 범행 장소인 소천파출소로 갔지만 마침 근무 경찰관이 출동한 상태여서 포기하고 마지막으로 소천면사무소로 향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씨의 첫 번째 범행 표적은 이 마을 이장이었다. 마을 이장은 사찰 승려 범행이 일어나기 전인 21일 오전 8시 15분쯤 범인 김 씨로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지만 당시 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이 마을 이장은 "범인 김 씨가 전화를 걸어 와 '지금 좀 만날 수 있느냐'고 했지만, '팔을 다쳐 병원에 가야 된다. 오후에 만나자'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며 "그런데 그날 오후 병원에 갔다온 뒤 총기 사건이 발생한 걸 알고 앞이 깜깜해지고 아찔했다. 혹시라도 그때 만났더라면 하는 생각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게다가 총격 사건이 일어났던 면사무소 옆에 초등학교가 있었고, 사건 당시 면사무소에는 임신부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사건에 휘말리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전말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면서 1982년 경남 의령에서 발생한 우 순경 사건을 연상케 하고 있다. 의령경찰서 궁류지서에 근무하던 우범곤(당시 27세) 순경이 지서와 예비군 무기고에서 훔친 카빈소총과 수류탄으로 56명을 살해하고 35명을 상처 입힌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봉화 총기 사건의 범인 김 씨도 21일 오전 7시 50분 소천파출소에서 총기를 찾아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뒤 오전 8시 15분 1차 범행 표적으로 삼았던 마을 이장에게 전화했다가 실패하자 자신의 집 마당에서 20여발이 넘는 사격 연습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씨는 이후 오전 9시 15분쯤 집 뒤쪽에 있는 사찰로 가서 승려에게 엽총을 발사해 총상을 입힌 뒤 3차 범행 대상인 소천파출소에 오전 9시 27분 도착, 직원이 있는지 확인 후 비어있자 인근에 있는 면사무소로 이동, 공무원 2명을 엽총을 쏴 숨지게 하는 범행을 저질렀다.
만약 김 씨가 마을 이장도 만났고,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직원도 있었다면, 그리고 김 씨가 면사무소에서 민원인 박종훈(53) 씨에게 조기 제압당하지 않았다면 봉화 총기 사건이 얼마나 더 커졌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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