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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홀대받는 1948년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1948년은 대한민국 70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해다. 헌법을 제정·공포했고 자유민주주의를 기치로 한 대한민국이 건국했다. 국군도 창설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1948년은 갈수록 무시·홀대받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지난 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국군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건군 70주년인데도 시가행진이나 열병식 없이 조촐하게 치러졌다. 대신 가수 공연이 펼쳐졌다. 국군의 날 행사가 연예프로그램인 '우정의 무대'를 방불케 했다.

국군의 날이 10월 1일로 정해진 것은 6·25전쟁과 관련이 있다. 1950년 10월 1일 국군이 남침한 북한 공산군을 반격해 38선을 처음 돌파했다. 이를 기념하고자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정했다. 6·25전쟁에서 사망·부상·행방불명된 국군이 98만8천여 명. 국군의 희생이 없었으면 대한민국은 없었다.

아무 의미 없이 국군의 날 행사를 하는 게 아니다. 강한 국군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국군 장병에게 자부심도 심어줘야 한다. 올해 국군의 날 행사는 이 두 가지 달성에 실패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국군의 날 행사를 축소했다면 이는 안보와 국기 문란 차원의 엄중한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군의 날 행사가 바뀐 것은 평화 기조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사병들의 관점에서도 해석돼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과거 국군의 날 행사를 하자면 사병들은 4월 봄부터 준비를 한다. 기수단과 사병들이 발을 맞춰 열병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그 고충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을 방문한 문 대통령과 수행원들이 본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은 수만 명의 어린 학생이 수개월간 혹독한 연습에 동원된 결과가 아닌가.

정부는 지난 8월 15일 '제73주년 광복절 및 제70주년 정부수립 기념 경축식'을 가졌다.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건국이 아닌 정부수립일 뿐이라는 게 문재인 정부의 태도다. 문 정부를 있게 한 촛불혁명의 성공은 대한민국이 자유와 민주, 인권이 있는 나라여서다. 이런 대한민국이 탄생한 1948년이 외면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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