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통일신라와 고려의 만남전'을 준비하자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통일부가 다음 달 제주에서 '남북 지방자치단체 교류 사업 관련 워크숍'을 연다고 한다. 곧 밀어닥칠 남북 교류에 대비해 지자체와 정보를 공유하고 사업의 사전 조정을 위해서란다. 이는 지자체마다 경쟁이 치열함은 물론 특색 없는 사업은 먹혀들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역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남북 교류에 대비, 사전 준비에 나선 것과는 달리 대구경북은 너무 조용하다. 향후 남북 교류시대에도 대구경북의 처지가 현 정국에서의 위상만큼이나 걱정이 된다.

그래서 우선 경북도에 제안한다. '통일신라와 고려의 만남전'을 여는 건 어떨까. 지자체마다 문화 교류를 내놓겠지만 경북도에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있다. 경주엑스포는 1998년 시작된 이래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성공적으로 행사를 개최, 브랜드 가치가 있다. 2006년 앙코르와트(도시는 캄보디아 시엡립), 2010년 방콕(태국), 2013년 이스탄불(터키), 2017년 호찌민(베트남)과 문화엑스포를 교류한 경험이 있다.

물론 경주엑스포가 투자에 비해 성과가 턱없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다. 전시 행정적이고 낭비성 행사를 신임 도지사가 굳이 안고 가야 할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의 엑스포 형태라면 당연히 그렇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는 20년 동안 이어져 온 경주문화엑스포를 통해 '경북 주도, 세계문화공동체 네트워크'가 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엑스포를 공동 개최했던 도시들은 경주엑스포와 협력할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여기에 경북도가 주도한 동북아자치단체연합에 중국, 러시아, 일본, 북한을 포함시킨다면 상당히 모범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이 경우 문화 네트워크 참여 주체가 각자 경비를 부담, 올림픽 형식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다. 예산 쏟아붓기 비판이 사라질 여지가 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같은 이벤트도 이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횟수 제한 없이 신청 가능하다.(현재 국가 단독등재신청은 2년에 1회) 등재도 쉽다. 안동탈춤을 네트워크 내의 도시 탈춤과 같이 등재신청하면 성사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것의 일환으로 '통일신라와 고려의 만남전'을 해보자.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경주가 아니라 통일신라의 문화를 토대로 했다. 통일신라의 문화는 고구려, 백제의 문화가 신라와 융합됨으로써 만들어진 통일 문화의 시발점이다. 문화 네트워크의 출발은 통일신라시대의 수도 경주와 고려시대의 수도 개성이 만나는 '개성-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된다.

이는 단순히 경주와 개성의 문화 교류가 아니다. 통일신라와 고려를 잇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시대적 만남이다. '평양-경주세계문화엑스포'라면 고구려와 신라의 대비, 남북한의 지역적 대결로 이어질 여지가 있지만 통일신라와 고려는 한반도를 통일한 국가였다.

여기에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노동자들의 참여만 이끌어낸다면 실질적인 경제성도 확보 가능하다.

다른 시도의 남북교류문화사업이 대부분 북한 사람들을 한국으로 초청하거나 아니면 북한에 가서 우리 행사를 보여주는 전시 행사에 그칠 것이다. 반면 통일신라와 고려의 만남은 차별적인 남북 교류사업이 됨은 물론 경북을 아시아문화 네트워크, 세계문화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만들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