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걸맞은 이름을 불러다오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와불상(臥佛像)? 거인상(巨人像)?'

구미 금오산에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명물이 있다. 특히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구미 쪽으로 가다 보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는, 산 정상부터 능선을 타고 아래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모습이다. 금오산 맞은편 낙동강 건너 구미공단에서 보면 더욱 인상적이다. 강변 동락공원이나 옛 LG의 한 건물 등 몇몇 장소는 사진을 찍기 좋은 곳으로, 구미에 들르는 손님들이 즐겨 찾곤 한다.

그런데 이런 자랑할 만한 명물의 이름이 엇갈려 사람들이 헷갈리곤 한다. 옛날에는 '누운 부처 모습'이라는 뜻의 '와불상'으로 불렸으나 어느 순간부터 '거인상'이란 새 호칭이 나타나 대신했다. 이런 금오산 명물의 새 이름 등장과 관련, 불교색을 띤 이름에 대한 다른 종교(인)의 반감이나 옛 구미 지도자의 믿음에 대한 편견 등 여러 사연들이 나돌았으나 확인할 수 없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 까닭인지 올해 구미시의 담당 부서 업무보고에 나오는 표현도 '누운 부처'라는 말 대신 '거인 얼굴'의 금오산으로 되어 있다. 구미의 역사문화와 자연, 산업 등 자원을 관광에 활용하겠다는 사업 추진 내용에 나오는 문구다.

그러나 우리의 오랜 역사와 문화, 생활 속에 밴 바탕에는 아무래도 부처(佛)의 불교색 영향이 큰 탓에 거인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낯선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구미시가 앞세우는 거인(상)이 어색한 까닭이다. 게다가 구미시는 그동안 200억원을 들여 도개면 도개리 등 일대에 옛날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한 것을 기려 '신라불교초전지'라는 성지를 만들어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금오산 '와불'의 모습이 '거인'의 모습보다는 낙동강 건너 신라불교초전지에 더욱 어울리는 짝인 셈이다. 와불과 초전지는 역사와 문화가 맞물린 한 쌍의 관광 자원이 되기에 더없이 훌륭한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다. 마침 지난달 30일 진보와 보수 진영을 두루 갖춘 구미시의회 의원들이 초전지를 찾아 구미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참에 종교와 정당, 이념을 떠나 금오산 명물에 걸맞은 이름을 불러주면 어떨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