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요즘 지옥 속에서 살고 있다. 동구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그는 층간 소음에 안하무인격으로 나오는 위층 B씨 때문에 병이 날 지경이다. A씨의 기막힌 하소연을 들어보자.
사연은 B씨의 아이가 태어나면서 생겼다. 늦은 밤까지 뛰어다니는 탓에 '쿵쾅'거리는 소리가 아랫집으로 고스란히 전달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관리실에도 항의해봤지만, 그때뿐이었다. 관리실 측에서도 B씨에게 '민원이 있으니 자제해달라'는 말 이외엔 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고 했다.
시간이 가도 B씨 집 소음은 줄지 않았고, 아이가 뛰어다니는 시간도 점점 늘어났다. 견디다 못한 A씨는 장고 끝에 기막힌 '묘수'를 생각해냈다. B씨에게 이사를 권유한 것이다. 대신 B씨가 이사 갈 좋은 조건의 집도 구해주고 이사 비용 전액도 대주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B씨도 손해가 없다고 판단해 승낙했다.
이후 A씨가 'B씨 이사 갈 집 구하기'에 전력을 다하면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괜찮은 조건의 이사할 곳도 여럿 생겼다. 이 조건, 저 조건 꼼꼼히 따져 가장 좋은 가격을 제시한 두 집으로 압축까지 해놨다. B씨가 둘 중 하나만 고르면 모든 일은 해결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갑자기 B씨가 시큰둥해졌다.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A씨는 어리둥절했다. 인근 같은 조건의 아파트 중에 최고 조건을 제시한 집인지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보니 B씨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답답한 A씨에게 B씨는 현재 사는 집보다 더 넓은 평수로 옮기고 싶다는 언질을 슬쩍 보이는 게 아닌가.
B씨는 "이왕 내보낼 거면 더 크고, 더 좋은 집으로 보내달라. 그렇지 않을 거면 잘살고 있는 이 집에서 내가 나갈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A씨는 "그동안 소음 피해는 내가 고스란히 받았는데, 억울해서 잠을 못 이룰 지경이다"고 한탄했다.
지금 대구시가 A씨 꼴이다.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이 지난 3월 14일 두 곳의 이전후보지(군위 우보면, 의성 비안면군위 소보면)를 선정한 이후 8개월가량 감감무소식이다. 진척이 없다 보니 지역 사회에선 다시 이전 반대 운동까지 불거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이전 반대를 외치던 목소리가 사그라졌지만, 또다시 지역 여론이 둘로 갈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히 최근엔 대구시와 국방부가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비 규모를 두고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대구시가 제시한 K2 공군부대 건설비를 국방부가 거부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방부가 추가 요구하는 사업비 증액 규모가 대구시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아예 넘어서, 통합이전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 한 인사는 "통합 대구공항 이전사업은 특별법에 따른 '기부 대 양여' 방식이어서 종전 부지 매각대금으로 이전사업비를 모두 충당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왕 옮길 거면 좀 더 넓고, 화려한 시설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고집한다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좋은 곳으로 보내주든지, 그렇지 않으면 그냥 여기 살래' 식의 태도는 수십 년간 소음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대구 시민들을 두 번 죽이는 처사다. 국방부와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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