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울릉도 공항을 조기에 건설해야 한다

김병렬 국방대 명예교수

김병렬 국방대 명예교수
김병렬 국방대 명예교수

지난여름 친구에게 독도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가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지난번에 갔다가 독도 입도를 못했기 때문에 한 번 더 가보고는 싶지만 시간 낭비와 뱃멀미 때문에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전 9시경에 강릉이나 묵호에서 출발하는 울릉도행 배를 타려면 서울에서 늦어도 새벽 4시 30분에는 출발해야 한다.

이런 불편에도 매년 30만 명 이상이 울릉도를 다녀오고 있다. 비용도 웬만한 동남아 관광보다 더 든다. 독도를 사랑하는 애국심이 없다면 전혀 불가능한 현상이다.

하지만 울릉도에 공항이 없는 한 이 인원은 지속해서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도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의 오키도에는 1965년에 공항이 건설되었다. 그리고는 10인승 정도의 극소형 항공기를 요나고와 이즈모에서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다가 경제성이 없다고 요나고는 아예 운항을 폐지했다.

그런데도 기존의 공항(활주로 1천200m)이 작다고 2006년에 다시 신공항(활주로 2천m)을 건설하였다. 일본 사람들은 경제성분석(B/C)도 안 하는가 보다. 울릉도 입도 인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소수 인원의 편의를 위하여 공항을 두 번씩이나 건설하였으니.

흔히 울릉도를 동해상의 불침 항공모함이라고 한다. 그런데 비행기가 뜨지 않는 항공모함도 있던가?

우리는 독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예나 지금이나 말뿐이다. 17세기에도 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울릉도 주민을 모두 육지로 강제 이주시키고 섬을 비워두었다가 70년 동안 일본인들이 울릉도를 무단 점거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19세기 말까지 200여 년 동안 계속해서 울릉도를 비워두었다. 그러다가 1905년에는 일본인들이 독도를 시마네현으로 편입하여 러시아 함대를 감시하기 위한 망루를 건설해도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군용 항공기가 독도의 영공을 침범할 때 우리 비행기가 강릉에서 이륙하는 것이 가깝겠나, 아니면 울릉도에서 이륙하는 것이 가깝겠나.

일본에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극우 분자들이 많다. 이러한 극우 분자들 가운데 일부가 고속 보트를 타고 독도에 접근할 경우 강릉에서 이륙한 우리 비행기는 연료 문제로 독도 상공에서 10분 이상의 작전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독도에 해군이나 해경 함정을 정박시킬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우리가 B/C만 따지고 있어야 하는가.

현재와 같이 배를 이용하여 울릉도로 들어갈 경우 독도 관광으로 인해 울릉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제한된다. 관광객들이 울릉도에서 돈을 쓰고 싶어도 돈을 쓸 시간이 없는 것이다.

울릉도 주민들에게 돈을 그냥 나눠 줄 수는 없지만, 독도를 다녀오면서 최소한의 감사 표시는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울릉도는 다른 섬과 달리 독도와 동해상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수호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전략 도서이다.

이처럼 중요한 전략 도서에 B/C가 부족해서 비행장을 건설할 수 없다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삭감된 예산을 복원하고 내년부터라도 공사를 시작하여 빠른 시간 내에 울릉도를 명실상부한 불침 항공모함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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