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조선과 항일투사 박열(朴烈)을 사랑했던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1903~1926) 여사가 사후 92년 만에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독립유공자가 된다.
국가보훈처와 박열의사기념관은 14일 "박열 의사와 함께 히로히토 일왕 암살을 시도했던 아내 가네코 여사가 순국선열의 날인 17일 독립유공자로 서훈된다"고 밝혔다.
일본인이지만 국적과 조건을 떠나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한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남편인 박열은 1990년 독립유공자로 인정됐다.
1903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출생한 가네코는 1922년 도쿄에서 박열을 만나 결혼한 뒤 재일조선인 아나키즘(무정부주의) 항일 운동에 투신했다. 주로 한국의 독립운동을 옹호하고 일제의 탄압 정책을 비판하는 활동을 했다.
특히 일왕 부자를 암살하기 위해 박열을 도와 의열단(義烈團)과 연계한 폭탄 반입을 추진하다 일제에 체포됐다.
이후 대역죄로 사형 판결을 받는 순간까지 조선의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재판정에 출두하는 등 당당하고도 의연하게 처신하고 일본을 훈계했다.
가네코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으나 1926년 7월 23일, 23세의 나이로 옥중에서 의문사 했다. 당시 일본은 자살이라고 발표했다.
가네코는 고통스러운 삶의 기억을 수감 중에 기록했고, 그의 친구가 원고를 모아 가네코 사후에 책으로 출간했다. 책에는 조선인의 비참한 삶, 3·1 운동의 기억 등이 담겨 있다.
학대 받고 소외된 삶을 살았던 일본인 가네코는 일본의 폭압에 시달리던 식민지 조선의 상황에 대해 연민을 넘어 조선인과 같은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남편 박열의 고향인 문경시 문경읍 팔영리에 묻혔으나 2003년 문경 마성면에 박열의사기념공원이 조성되면서 이장됐다. 박열은 평양 애국열사릉에 묻혀 있다.
박열의사기념관은 지난해 영화 '박열' 개봉에 따른 국민들의 관심과 새로 축적된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지난 4월 가네코에 대한 독립유공자 신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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