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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이수역 사건의 '오류'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전통 가업 등 일의 특성이 사람의 행동과 정서에 영향을 미칠까? 사람마다 다른 개성이나 감정 구조로 인해 타인과의 친소 관계가 구별되는 경우는 많지만 일·직업에 따라 행동 양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은 이해가 쉽지 않다.

미국 시카고대 부스(Booth) 비즈니스 스쿨 연구팀이 복잡한 장소에서 타인과 거리를 두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실험 결과는 인간의 행동과 일·직업의 상관관계를 증명한다. 얼마 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이 보고서에는 전통적으로 밀이나 쌀농사를 짓는 지역 출신의 행동 양식이 서로 다르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광저우, 홍콩 등 6개 도시의 카페 256곳에서 8천964명을 대상으로 의자에 앉는 패턴을 관찰해 보니 전통적으로 쌀농사가 우세한 중국 남부 사람들과 밀농사를 짓는 북부 도시 출신의 행동 양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북부 출신은 타인과 떨어져 홀로 앉는 경우가 남부 지역 사람보다 5~10% 더 많다는 것이다.

복도에 의자를 늘어놓은 뒤 앉게 하는 실험의 결과도 비슷하다. 쌀농사 지역 출신은 94%가 비좁아도 웅크리고 앉았지만 밀농사 지역 출신은 84%만 앉고, 16%는 의자를 옮겨 홀로 앉았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밀농사의 특성상 개인주의가 강해 친화력이 떨어지는 반면 협동이 필요한 쌀농사 지역은 집단주의가 강해 타인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다"고 분석했다.

이 실험은 생태 환경이 행동 패턴이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해준다. 여기에 성별이나 지리적, 문화적 배경 등 여러 조건을 대입하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요 며칠 '이수역 주점 폭행 사건'으로 SNS가 들끓었다. 흔한 단순 시비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를 정도로 이슈가 됐고 성(性) 대립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소추'니 '메갈'이니 성차별적 공격으로 양성(兩性)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민감한 성 대립에 초점을 맞추고 흥분한 결과다. 서로 다른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배척하는 것은 문제다. 편협한 사고나 판단 오류가 잘못된 행동을 낳을 수 있다는 게 '이수역 사건'의 실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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