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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 지킴이 석윤복 씨 '맹꽁이 박사'

달성습지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고 있는 환경지킴이 석윤복 씨가 달성습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달성습지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고 있는 환경지킴이 석윤복 씨가 달성습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맹꽁이 서식지. 매일신문 DB
"맹꽁이 울음소리만 들어도 산란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하는 석 위원장. 매일신문 DB
맹꽁이 서식지. 매일신문 DB

석윤복(71) 씨는 달성습지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고 있는 환경지킴이다. 어떤 동식물이 어디서 얼마나 서식하는지, 또 어떤 철새가 몇 마리 날아왔는지 알 정도다. 석 씨는 "달성습지는 보기 드문 범람형 습지로 사계절 다양한 식생을 볼 수 있는 우리 지역 자연생태의 보고"라면서 "우리 모두 합심해 꼭 보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달성습지 "생태의 보고"

달성습지생태학교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석 씨는 오늘도 달성습지(낙동강과 금호강, 진천천과 대명천이 합류하는 지역에 위치)로 향한다. 밤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관찰하기 위해서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달성습지를 2시간 정도 관찰하고 나면 쌀쌀한 날씨에도 등에 땀이 배어난다. 2011년부터 8년째 해오고 있는 습관이다.

석 위원장은 "달성습지는 봄이면 꽃, 여름이면 기생초, 가을이면 억새와 갈대가 장관을 이룬다. 또 달성습지에는 맹꽁이, 구렁이, 삵, 수달, 수리부엉이, 검독수리, 흰꼬리수리 등 멸종위기종만 10여 종 이상 관찰되는 생물 다양성 면에서도 최고의 습지"라면서 "양서·파충류나 조류의 종수 면에서는 경남 창녕 우포늪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2년에는 재두루미 70여 마리가 찾아왔다. 1995년 이후 17년 만이다. 이듬해는 흑두루미도 수백 마리나 날아들었다. 두루미류가 다시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안동 구담습지, 구미 해평습지 등 낙동강의 다른 하천습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석 위원장은 "달성습지가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는 만큼 더 많은 철새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철새 먹이터, 모래톱 조성 등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달성습지 제방 위로 지나가도록 설계한 제4차 대구순환도로 공사로 흔들리고 있다. 달성습지 제방은 둑 옆으로 이미 나 있는 4차선 도로와 습지 사이에서 완충지대 구실을 한다. 이 완충지대를 20m가량 없애버리고 깔리는 도로와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소음과 불빛은 습지의 야생동물들한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석 위원장은 "큰비가 내려 습지가 물에 잠길 때면 안에 있던 고라니나 너구리 등의 포유류는 물론 뱀과 같은 파충류들도 제방 위로 피하곤 하는데, 도로가 만들어지면 이들이 피난하는 데도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환경지킴이

교정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000년 퇴임한 석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든 것은 1994년 낙동강 겨울철새 모이주기를 하면서부터다. 석 위원장은 어릴 적부터 농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약초를 캐러 다닌 덕분에 식물에 대한 조예가 깊다. 공무원으로 일할 때도 자연건강동우회란 단체를 만들어 자연생태를 관찰했다. 그는 2005년 앞산숲속학교 생태해설사로 활동했으며, 한국산림생태연구소에서 진행한 백두대간 희귀식물조사에도 참여했다. 현재 2009년 2월 달성습지에 개교한 달성습지생태학교 운영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일반인을 비롯해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태 강의를 하고 있다. 또 습지모니터링, 쓰레기 투기 감시활동 등을 벌이며 달성습지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석 위원장이 달성습지를 모니터링해 글과 사진을 올리는 블로그(blog.naver.com/hangsan47)는 인기 블로그다. 매일 수백 명의 방문자들이 찾는다.

석 위원장은 달성습지를 온전히 보전하려면 대구시와 경북(고령군)이 함께 나서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도시 근처에 이만한 습지를 찾기 힘들다. 국내외 생태학자들이 이곳을 방문하면 연신 '원더풀'이라고 외친다. 우리만 그 가치를 모른다"고 했다.

◆맹꽁이 박사

석 위원장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 박사로 통한다. "맹꽁이에 관해서는 울음소리만 들어도 산란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양서류인 맹꽁이는 체형이 작은 공처럼 생겼다. 예전에는 주변 물 웅덩이 주변에서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도시화 등으로 서식처가 파괴돼 제한된 지역에만 살고 있다. 석 위원장은 "맹꽃이는 개체 수가 적어 보기 쉽지 않은 동물이다. 생활 패턴도 사람들과 정반대여서 눈에 띄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맹꽁이는 낮에는 땅 속에 들어가 생활하고 어둑어둑해지면 땅 위로 기어나와 밤새 사냥을 하거나 여기저기 엉금엉금 기어다닌다"고 했다. 귀한 생명인 만큼 보호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석 위원장이 맹꽁이를 처음 발견한 건 2009년 5월. 달성습지를 살피던 중 산란, 봄잠을 위해 이동하는 맹꽁이를 발견해 차량에 깔려 숨지지 않도록 구해줬다. 2011년 여름엔 로드킬 위험에 처한 3만여 마리의 맹꽁이 유생을 구조했다. "그때만 해도 맹꽁이가 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그후 열심히 공부해 이제는 많은 곳에서 맹꽁이에 대해 자문을 해온다"고 했다. 석 위원장은 "매년 7월 '생명사랑 환경축제 '맹꽁이야~ 놀자' 축제 열고 있다"고 했다.

일흔을 넘긴 석 위원장은 앞으로도 달성습지 환경지킴이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달성습지를 보호할 것" 이라고 말했다.

◆(박스 )4대강 사업에 대해

그는 환경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일은 4대강 사업과정에서 망가진 수생식물을 복원한 것이라고 했다. 석 위원장은 "4대강 정비사업이 끝나고 단수가 이뤄져 식물이 다 죽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때 나무를 구해 전에 있었던 식물 1만주가량을 심어 복원했다"고 했다.

석 위원장은 4대강 정비사업이 달성습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해 예전의 건강한 식생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이 차면서 습지가 확장돼 서식하는 동식물도 늘고 있다. 월동하는 큰고니도 있다"고 했다.

다만 녹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를 개방함에 있어 한꺼번에 많은 양을 흘려보내면 안 된다고 했다. "개방하더라도 적은 양을 방류해야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안정된 생태계를 위해서는 동절기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강 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큰강으로 유입되는 샛강을 정비해 오폐수를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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