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醫窓)] 조삼모사  

고석봉 대구가톨릭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유래는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 때 '저공'이란 인물에서 나왔다. 그는 원숭이를 좋아하여 키웠다. 그런데 원숭이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원숭이 먹이인 도토리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이에 저공은 원숭이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주겠다." 그러자 원숭이들이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자 그는 할 수 없다는 듯이 "그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 라고 하였다. 이에 원숭이들은 좋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난제 중 하나는 국민연금 개혁을 어떻게 언제부터 시행해야 하는 가 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는 간단히 말해 '젊을 때 열심히 일해 소득의 일부를 모아 노후 생활 자금으로 활용하는 제도'로 1988년 직장인을 대상으로 시작한 뒤 지금은 국내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이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제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금 고갈' 문제이다. 국민연금은 현행 추세가 지속된다면 40년 후에는 완전히 고갈될 예정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에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연금 개혁이 난기류에 빠지는 듯하다. 국민 입장에서 만족할 수 있는 방안으로 수정·보안하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전면 재검토 지시의 주요 이유는 보험료 인상 부담감이다.

문 대통령은 노인빈곤 완화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자는 신념을 갖고 있다. '소득대체율'이란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 동안의 월 평균 소득의 몇 퍼센트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현행 소득대체율은 45%로, 40년간 납부한 사람의 평균 소득이 200만원이라면 매월 90만을 수령하는 제도이다. 복지부 안에 이것도 들어 있다. 물론 보험료를 13%로 올리는 것과 패키지로 돼 있다.

문 대통령은 보험료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본다. 이 눈높이가 과연 뭘 말하는지 사뭇 궁금하다. 보험료 인상에 선뜻 동의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도 할 줄 알아야 진정한 지도자다. 그걸 설득하고 넘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두려워서 자꾸 국민을 핑계 삼으면 개혁을 안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이야말로 최악의 정책임을 기억해야 한다.

연금 정책은 원래 인기가 없고, 연금 개혁은 더욱 인기가 없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때문에 기금 고갈이 예상보다 3년 당겨져 미래 세대에게 소득의 4분의 1을 보험료로 떠안기지 않으려면 현 세대가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의 고언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45%인 소득대체율과 9%인 보험료율을 조정하지 않으면 저출산과 급속한 인구고령화 등으로 기금은 2042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에는 적립기금이 완전히 바닥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다.

산업화 세대의 피와 땀의 결실로 현재 세대가 많은 복지를 누리는 것과 같이, 다음 세대를 위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우리가 지금 당장 국민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