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너만 모르고 다 알아

송석화 메시지 캠프 대표

송석화 메시지 캠프 대표
송석화 메시지 캠프 대표

누구나 알 법한 유명 정치인이 뉴스에 나왔다. 축하하는 장면,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달리 그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스스로 알아채지 못한 사이에 나온 표정이었을 테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게 저 사람의 진짜 모습이다.' 우리는 종종 표정 관리에 실패했다 싶은 순간들이 있다. 보여지는 것을 업(業)으로 삼는 사람들조차도 자신이 노출되는 모든 순간, 모든 모습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우리가 본래의 모습을 장식품으로 꾸미고 뒤덮는다 한들 내면의 속성은 우연한 기회에 수면 위로 노출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겉모습이 진정한 자아인 줄 착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타인에게 보여주는 마음의 창은 다르다. 요하리의 창(Johari's window)은 한 개인의 자아가 노출되는 정도에 따라 4가지 영역으로 구분했다. 나도 알고 상대방도 아는 '열린 자아', 상대방은 알고 있으나 정작 나는 모르는 '눈먼 자아', 나는 알고 있지만 상대방에게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자아',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자아'가 그것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너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 눈먼 자아다. 국민이나 타 조직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잘 보이는 문제점을 정작 그 내부에서는 집단사고에 빠져 깨닫지 못하거나 외면하려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그것을 '국민 정서와 괴리'됐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서두에 나왔던 유명 정치인은 왜 눈먼 자아에 빠져 있었을까. 언론 노출이 잦은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신체언어가 반복되는 것은 주변에서 아무도 그의 눈먼 자아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직급이 올라가고 조직 내부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수록 리더십의 사각지대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승진과 연봉을 결정하는 사람에게 돌직구를 날릴 만큼 용기 있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정치는 소망의 총체라고 했다. 때로는 지나친 자기합리화로, 때로는 감언이설에 둘러싸여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놓치곤 한다. 본인에 대한 눈은 객관적이기 어렵다. 대개 리더들은 '허심탄회하게 말해보라'고 하지만 막상 결점을 지적하면 속상해 하거나 관계가 소원해지기 십상이다. 나를 무한히 사랑해주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현실 인식으로 조언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 또한 복이다. '내가 모르는 나'의 크기가 줄어들수록 자기 이해는 정확해진다. 눈먼 자아는 피드백 즉, 상대방의 조언을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갈 수 있게 되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 타인과 소통하는 영역이 넓어질 뿐 아니라 우리 사회도 보다 수용적인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아프지만 필요한 것이다. 그 가능성을 위해서는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열린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공적인 조언을 사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보복하는 것은 입을 닫게 할 뿐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외골수형 리더들이 어떠한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는지 확인해 왔다. 자신을 향한 조언은 달콤하지는 않지만 성장에는 무한한 자양분이 된다. 조직의 발전으로도 연결된다.

나에 대한 진실은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지 그들이 내게 하는 말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리더의 자리, 갑의 자리에 있어서 들려오는 좋은 말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오히려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대승적인 관점에서 애정 어린 조언을 포용할 줄 아는 권력자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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