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현희 한울타리 전 이사장 "나눔·봉사 실천은 내 삶의 방식"

"연간 5만km 직접 운전하며 취약층 도와주죠"
대구경북 최초 사회적협동조합 설립…1998년 경력단절여성 대상 직업훈련
집 고치기 지원사업 선정 2,3년 걸려…제때 도움의 손길 못 주는 경우 많아

25일 오후 대구 서구 퀸스로드 내 사회적협동조합 한울타리 사무실에서 만난 이현희 전 이사장이 무너져 내릴듯한 오래된 집 천장 수리 방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25일 오후 대구 서구 퀸스로드 내 사회적협동조합 한울타리 사무실에서 만난 이현희 전 이사장이 무너져 내릴듯한 오래된 집 천장 수리 방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취약 계층을 위해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사회적 활동은 제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25일 오후 대구 서구 퀸스로드 내 사회적협동조합 한울타리 사무실에서 만난 이현희(57) 전 이사장은 "연간 5만km를 직접 운전하며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찾아 도움을 드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구·경북 최초 사회적협동조합을 탄생시킨 이 전 이사장은 취약계층의 현실에 관해 털어놨다. 가족이 없거나 건강이 온전치 못한 경우가 다수인 이들에게는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이들은 전기 누전으로 집이 타버려 갈 곳을 잃어 경로당에 더부살이하거나 집 천장이 곧 무너질 듯 처져도 말할 곳이 없다.

현대화 시설 비용이 없어 굽은 허리를 이끌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하는 집이 있는가 하면, 마당 귀퉁이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집도 있다. 이 전 이사장은 "우리 사회 주변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고,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는 헨렌켈러(Helen Keller)의 말을 가슴에 깊이 새기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직장을 잃고 낙담한 사람들을 보며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 실업자가 급속도로 늘어났고 특히 여성의 실업률은 남성보다 높아 경력단절 여성들이 많아지자 이들을 중심으로 직업훈련학교를 운영했다. 그는 "기술이 있으면 취업해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제과제빵 기술을 가르치는 직업학교를 설립해 수많은 역군을 길러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생들이 만들어낸 실습품을 지역 취약 계층을 위해 사용해 나눔의 기쁨을 실천했다. 그는 "실습 후 하루에 1천 여개 정도의 빵이 나왔다"라며 "빵은 보관이 용이하다 보니 지역의 보육원이나 결식아동 등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나눠줬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여성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대구여성일자리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이 전 이사장은 "남녀 고용 평등을 통해 여성의 지속적 일자리를 창출하고 삶의 질 향상에 목적을 두고 새로운 도전을 했었다"라며 "경력단절 여성이 더는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곳에서 처음 45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400여 명의 간병인을 배출했다. 특히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등 다인 간병인실 서비스를 처음으로 제공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2013년 6월 13일 설립된 한울타리는 2년간 매출이 200만 원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독거노인 등의 가정을 방문해 벽지를 갈아주고 전등을 교체하며 사회적 활동을 하다 보니 주변에서 하나둘 진정성을 알아주기 시작해 지금은 대구시 산하 공기업 등의 일을 맡아 하면서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은 집 고치기 지원 사업 등에 대한 한계점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봉사를 다니다 보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곳이 많지만 선정되기까지 2~3년이라는 세월이 걸린다"라며 "나이가 많은 분들이 대다수다 보니 돌아가시거나 요양원에 계셔서 정작 필요한 시기에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농촌 지역 취약계층과 포항지진피해 가구 등 약 1천여 가구에서 재능기부와 봉사도 해왔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 2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다송둥지복지재단에서 자원봉사자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우리 함께 농촌집 고쳐줄가(家)'에서 수기 부분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어 농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그는 앞서 지난해에도 한국농어촌공사가 주최한 제4회 대한민국 농촌 재능 나눔 대상에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상을 받았다. 그는 "20여 년을 사회적 가치를 위해 살아온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다"라며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 중 남은 입을 것과 관련된 사회적 활동도 언젠가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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