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모사드, 이스라엘의 코로나 비밀 병기

이진숙 전 대전 MBC 대표이사

이진숙 전 대전 MBC 대표이사
이진숙 전 대전 MBC 대표이사

미국의 국무장관, 재무장관, 법무장관, 국토안보부장관의 공통점은? 정답은 유태인이다. 미국의 외교와 재정, 법, 안보를 총괄하는 주요 장관이 모두 유태인이라는 것은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이 유태인이라는 뜻이다. 흔히 유태인의 막강한 힘을 이야기할 때 뉴욕이 언급되기도 한다. 세계 금융의 수도라 불리는 뉴욕의 다른 이름이 '쥬욕'(Jew York)이라는 농담은 그만큼 유태인들이 세계의 돈을 지배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지 소로스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같은 거부들이 유태인이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태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22%에 이른다는 데도 사람들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막강한 유태 파워에 이름을 올리는 또 다른 기관은 모사드이다. 이스라엘의 정보부 모사드는 미국의 CIA, 러시아의 KGB, 영국의 MI6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2차대전 종전 후 독일에서 멀리 떨어진 아르헨티나로 도망친 나치 전범 아이히만을 14년 만에 체포해 교수형에 처하게 한 것은 모사드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힌다. 이런 모사드가 최근 이스라엘의 코로나19 집단면역 달성의 제1 공로자라는 말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인구 900만 명 정도의 작은 나라이지만 초기에 많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당국을 초긴장 상태에 빠뜨렸다. 예루살렘 등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드는 관광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900만 인구의 10%에 이르는 84만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이스라엘에는 충격적인 불명예였다.

지난해 초 요시 코언 모사드 국장이 보건부 장관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었다. 도대체 정보기관의 수장이 보건부 장관을 만날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모사드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이스라엘의 코로나 대응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염병 대처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장비, 요시 코언 국장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학교병원에 해당되는 시바메디컬센터에 코로나 장비 지휘통제소를 설치하고 자신이 직접 이 기구를 지휘했다. 모사드는 코로나 초기 필수 장비인 산소호흡기와 진단장비 등을 전 세계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조직을 활용해 구매했다. 고성능의 스파이 장비 구매를 전담하던 81부대까지 동원됐다. 장비만 구할 수 있다면 이스라엘과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와도 접촉했고, 이미 다른 나라들이 구매 계약을 완료한 장비도 이스라엘 쪽으로 돌렸다.

코로나 발발 초기인 2020년 3월 19일, 진단 키트 10만 개가 특별기 편으로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이는 이스라엘 보건부가 아닌 모사드가 주문한 것이었다. 모사드의 능력은 완제품 구매에 그치지 않았다. 산소호흡기 제작 기술을 확보해 이스라엘에서 산소호흡기를 제작하도록 했고 마스크 제작 기술도 들여와 매달 2천500만 개의 마스크를 생산하도록 했다. 이 모든 과정에 요시 코언 국장이 직접 나섰다. 자신이 각국의 정보 수장들에게 전화해 구매 절차에 시간을 줄이도록 했고, 필요하다면 그 나라의 통치자들과 직접 통화했다. 이스라엘에서 모사드는 자국민을 보호하는 수호천사로 여겨지기도 한다. 1972년 뮌헨올림픽 때 자국 선수 11명이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에 희생됐을 때 이스라엘 정부는 20년에 걸쳐 가담한 테러리스트를 모두 찾아내 응징하도록 했다. 살해당하기 몇 시간 전, 가족들은 꽃다발과 함께 카드를 받는다. '우리는 잊지도 않고 용서하지도 않는다.'(We never forget or forgive)

스파이 기관의 특징은 목표 달성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목표를 타격하는 것,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자국의 승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런 정보기관이 코로나 대응에 동원됐으니 결과는 어땠겠는가. 이스라엘은 가장 빨리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나라가 됐다. 지도자의 처음이자 마지막 임무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 국민들의 안녕과 복지를 책임지는 것이다. 모사드가 코로나19 대응에 나서도록 한 것은 이스라엘 지도자의 결정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옳은 판단을 하는 것, 그것이 지도자가 할 일이다.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 그것이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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