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남편의 허락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는 올해 1월부터 검찰 수사권을 대폭 축소해 부패·공직자·선거·경제·방위사업·대형 참사 등 6대 범죄만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불과 5개월 전에 검찰 수사권을 이렇게 축소했는데, 법무부는 이마저 제한하는 직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6대 범죄는 통합되는 '반부패·강력부' '공공수사·외사부' 등 전담부에서만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 지방검찰청이 6대 범죄를 수사하려면 검찰총장의 승인을, 지검 산하 지청이 6대 범죄를 수사하려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수사 허가제를 통해 정권 관련 수사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행태를 이웃집 남자의 행태로 바꾸어 보면 그 심각성이 쉽게 와 닿는다.

장난이 심한 아들이 급기야 유리창을 깼다. 아내가 보기에는 아이의 장난이 너무 심하지만, 그렇다고 자기 판단 아래 아이를 꾸짖어서는 안 된다. 일단 남편한테 물어봐야 한다.

"오늘 애가 장난을 치다가 유리창을 깼는데, 좀 꾸짖을까요, 말까요?"

그뿐만 아니다. 아내가 가족의 식사 준비를 위해 장보기에 나섰다. 그녀에게는 건강하고 맛있는 식단을 꾸밀 실력이 있고, 의지도 있다. 하지만 마음대로 장을 봐서는 안 된다.

"오늘 마트에 가서 두부 한 모 사도 될까요?" 남편이 사라면 사고, 사지 말라면 못 산다. 가족들이 줄곧 한 가지 반찬만 먹는 건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으니 다른 반찬을 좀 해 볼까, 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 아내가 건강과 요리에 관심이 많고, 심지어 요리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해도 감히 그래선 안 된다. 중요한 건 남편의 허락 여부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아내는 화장품 하나를 사도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남편의 부정이 의심스러워도 '제가 좀 따져도 될까요?'라고 먼저 허락을 구해야 한다. 문재인 법무부가 추진 중인 검찰 직제 개편이 이와 다를 바 없다.

이런 남자를 어떻게 봐야 할까. 좋은 남편은커녕 정상적 인간이라고 볼 수 없다. 그가 아무리 온화한 낯빛과 부드러운 목소리를 갖고, 그럴듯한 말을 입에 달고 살더라도 말이다. 게다가 돈을 벌기는커녕 잘되는 집안 사업을 족족 말아먹고, 알뜰히 모아 놓은 재산을 탕진해 집안을 빚더미에 올려놓았다면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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