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주 52시간 근로제의 경제학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빅데이터센터장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빅데이터센터장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빅데이터센터장

주 52시간 법정근로시간이 오는 7월 1일부터 5~50인 미만 규모의 사업체까지 확대 시행된다. 52시간 근로제는 장시간 노동 관행의 변화, 일자리 창출과 나누기,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실현의 긍정적 효과가 있는가 하면, 소규모 기업의 인력난과 매출액 감소, 취약계층의 일자리 및 소득 감소라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사업장 규모별로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아직 진행 중이지만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소규모 사업체의 주 52시간제를 예정대로 추진해야 하는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소규모 사업체는 단기적인 생산 물량 증가에 추가 인력 확보보다는 연장근로 확대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지난달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전국 취업자 2천800만여 명 중 주당 53시간 이상 근로하는 취업자는 약 334만 명이다. 전체 취업자의 12.1%를 차지한다. 대구경북은 약 32만 명이 53시간 이상 취업자에 해당하며 전국 비중과 비슷하다.

사업체 조사 기준(2019년)으로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 수는 대구경북 7만4천 개, 종사자 수는 약 84만 명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최근 조사에서 사업장 중 약 25%가 주 52시간제 시행에 준비가 부족하다고 하니 대구경북은 약 1만9천 개 사업체의 21만 종사자가 이에 해당한다.

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긴 우리나라에 근로시간 단축이 중요한 과제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지역 산업구조나 경기 및 시장 수급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52시간 근무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주 52시간제를 현재 시행하고 있는 50인 이상 기업 30.4%가 주 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1, 2년의 유예기간으로 소규모 기업이 52시간제를 자체적으로 준비해 정착시키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52시간제 적용에 따른 소규모 사업체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업종별로 확인하고, 인사노무 제도 정비를 위한 충분한 교육훈련과 지원 제도 마련을 우선적으로 실행했어야 했다. 소규모 사업장이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등을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게 변경하도록 홍보와 교육을 광범위하게 진행하는 등 선진화한 기업 운영 관리 대책도 선행했어야 했다. 기업이 이를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우선 조치가 이루어졌어야 했지만 많이 미흡했다.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법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주 52시간제 정착을 위해 다음의 추가적 사항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탄력근로시간제의 연장, 근로시간계좌제(저축제)나 고임금 근로자의 근로시간 면제 제도 등 선진 근무 형태 도입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이다. 둘째, 기업 맞춤형 유연근로제(탄력, 선택적, 재량)를 노동시간 단축 지원 정책과 적극 연동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당사자(노사) 간 자율 합의 시 정부가 연장근로를 추가로 허용하는 광범위한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이 중장기적으로 기업 생산성 증가와 일자리 추가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긍정적 인식이 필요하다. 기업 지원 대책도 이와 연동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근로자 임금 감소분 보전과 추가 신규 채용 시 인건비 및 컨설팅 지원, 시설투자 등 비용 지원과 같은 종합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사업체가 중심이 돼 52시간 근로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근로자 역량 강화 지원도 중요하지만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 경쟁력 강화도 중요하다. 그간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노동시장 공급자 측면을 대변한 경향이 있었다. 근로자 '임금'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이윤'도 중요하다. 노동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를 동시에 고려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4차 산업의 대전환기 시대, 새로운 업종에 순응할 수 있는 유연근로제와 여러 근로시간 유형이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 고용 안전망이 갖추어진다면 진정한 노동시장 선진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혼잡을 피하는 출퇴근 분산으로 사회적 비용 감소에도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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