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흰 지팡이의 날] 시각장애인 암울한 취업길…"일하고 싶어요"

대구시내 시각장애인1만1천800여명…이 중 500명이 안마사로 활동
안마사 외 전문 일자리 없어, 긴급상황 대처 어려워 제조업도 안돼
서울·경기도는 마음 보듬사, 한국어강사 양성하는데 대구는 전무

대구 중구에 위치한 한 안마원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안마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 약손안마원 제공
대구 중구에 위치한 한 안마원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안마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 약손안마원 제공

시각장애인 A(30) 씨는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각장애인 대다수는 '안마사'의 길을 걷지만 A씨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덕분에 복지사로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대구에선 시각장애인 복지사의 채용 자리가 잘 나지 않았다. 때마침 운이 좋게도 채용 자리가 생겨 A씨는 취업에 성공했지만 함께 공부하던 시각장애인 친구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다.

A씨는 "시각장애인들이 대부분 안마사, 복지사, 교사 쪽으로 직업을 많이 구하지만 복지사, 교사는 한번 들어가면 그만두는 경우가 없어 자리가 잘 없다. 친구들 대부분 연구원, 성우 등 다양한 꿈을 꾸고 있지만 선례가 없어 대다수 포기한다"며 "결국 돈은 벌어야겠다 싶어 안마사를 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고 했다.

15일 '흰지팡이의 날(시각장애인의 날, 매년 10월 15일)'을 맞는 가운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여전히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특히 중증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취업시장에서 경쟁력까지 갖기 어려워 안마사 등으로 내몰린다.

14일 대구시와 대한안마사협회 대구지부에 따르면 대구에 있는 시각장애인은 1만1천894명(중증 2천177명, 경증 9천717명)으로 이 중 500여 명이 안마사로 활동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보통 안마사, 특수학교 교사, 장애인 유관 기관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지만, 이 중 교사와 복지사에 종사하는 이들은 30~4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실적으로 안마사 이외에는 생계를 위해 뛰어들 전문적인 일자리가 없다. 발달장애인, 청각장애인 등은 보호작업장 등 제조업에 종사할 수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은 긴급 상황에 대한 대처가 어려워 직업 선택폭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마저 공공기관 행정보조,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사업 등으로 시각장애인이 설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특히 중증 시각장애인일수록 취업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더욱 없게 돼 결국 '안마사' 선택지로 내몰린다.

더욱 큰 문제는 최근 코로나19로 접촉을 꺼리는 이들이 많아 안마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다.

대한안마사협회 대부지부 관계자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개인 안마원 등에서 바우처 안마 사업으로 생계를 지속하는데 코로나19로 고객이 거의 없다. 다른 일을 찾아보려 해도 정보 접근성이 떨어져 쉽지가 않다"며 "간혹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볼까 싶지만 업무 능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채용되는 경우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도 등에서는 시각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일대일 대화 서비스인 '마음보듬사', 외국인 한국어 회화 강사 등 사회적 기업들이 나서지만, 대구는 이 같은 시도조차 없다.

대구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다른 장애 유형보다 시각장애, 특히 중증인 경우 취업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발달 장애인을 위한 보호작업장처럼 시각장애인이 참여가능한 작업장이 없는지 고민해 보지만 접목시키기가 어렵다. 고정적인 소득이 확보될 수 있는 시각장애인들의 다양한 직업 발굴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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