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文, ‘성공한 대통령’인가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정부가 작년 말 문재인 대통령 재임 시기의 6대 성과(?)를 자료집으로 만들어 전국에 배포했다.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선진국으로'라는 제목부터 가관이다. 내용은 '용비어천가'를 뺨친다. 문 대통령 5년 임기를 '태평성대'인 양 기록했다. '문왕(文王) 치세'에 국민이 행복을 만끽한 것으로 착각할 지경이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세금을 들여 보기 민망한 자료집 2만 부를 만들어 배포한 그 용기가 놀랍다. 선거 개입 논란도 문제이거니와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는' 문 정부의 '정신 승리'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자료집이 사실이라면 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을 넘어 역대 최고의 대통령이 되고도 남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성공한 대통령이 돼 찾아오겠다"고 했다. '성공한 대통령'이란 화두는 5년 내내 문 대통령 뇌리를 지배했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에 지지율이 폭락한 것과 달리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를 넘고 있다. 두 달 후 임기가 끝나는 문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을 앞세워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자평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지율 40%를 '성공한 대통령'의 근거로 삼는 것은 난센스(nonsense)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등 국정에서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높은 지지율은 국정 성공 때문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치중한 진영 정치의 결과물일 뿐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 등 주요 고비마다 국민이 아닌 지지층만을 겨냥한 언행으로 일관했다. 노 전 대통령이 한·미 FTA 등 진영을 뛰어넘은 결단을 한 것과 달리 철저하게 진영 정치에 몰입했다. 그 결과 정치권에 국한됐던 갈등 구조가 전 국민의 분열로 확산했다. 진영 정치로 지지율은 지켰지만 국민은 둘로 쪼개지고 말았다.

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라면 정권 교체 여론이 60% 가까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민 통합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해결 불가능한 수준의 대결 구조를 고착화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번 대선에서 상대 진영 후보를 악마로 여기는 등 생사를 건 대결이 된 데엔 문 대통령 책임이 크다. 5월 대통령에서 물러난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성공한 대통령' 운운한다면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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