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는 조선의 유학에 대해 '근대의 문턱을 넘지 못한 전근대의 정지된 정신'쯤으로 여긴다. 때론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조선을 망하게 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과연 이런 평가는 타당한 것인가.
노관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는 이런 인식에 대해 '실상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개화냐 수구냐, 신학문이냐 구학문이냐, 서양 근대냐 전통 유학이냐 하는 이분법적 인식 틀이 오랜 기간 한국 사회에서 맹위를 떨쳤던 탓에 이런 평가가 나왔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책 '껍데기 개화는 가라'에서 우리 역사에서 잊힌 한국 근대 유학자 18명을 소환한다. 그리고 이들이 남긴 글을 통해 근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팽팽한 긴장을 놓치지 않고 시대와 맞섰던 치열한 정신을 소개한다.
책에 실린 글은 크게 '세상', '역사', '학문' 등 3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 '세상'에는 개화의 대도를 모르면서 엉터리 개화를 만들고 있는 세태에 대한 비판과 제언을 담은 글을, 2부 '역사'엔 근대 유학자들의 역사인식을 보여주는 글을, 3부 '학문'엔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으려는 유학자들의 안간힘을 담은 글을 각각 6편씩 나눠 실었다. 한자, 혹은 한자와 한글을 혼용한 원문을 읽기 쉽도록 현대 한국어로 번역해 소개한 뒤 그 시대적 배경과 의미를 일러주는 해설을 곁들이는 식이다.
'껍데기 개화'의 문제점을 통렬히 비판한 정일우, 동학농민운동 당시 지방 호족이 유독 화를 당한 이유를 살핀 이관후, 임오군란부터 경술국치까지 국망의 역사를 총평한 양재경, 신해혁명 직후 중국혁명의 여파를 분석하고 공화정에 대해 논한 임한주 등의 글이 실렸다.
지은이는 이를 통해 그들이 ▷진정한 개화를 통해 부국의 길을 궁리했고 ▷역사를 돌아보며 구국의 길을 모색했으며 ▷유학 전통과 서학의 조화를 추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린다. "조선의 마지막 유학자가 알고 보니 근대 성찰의 선구적 유학자였다." 244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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