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비료 값과 농약 값에 경북 지역 농가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경영비에서 15% 안팎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 원자재 값이 대폭 올랐고 인건비와 기타 지출도 지속 상승세지만, 정작 수확물 가격을 올려 받자면 소비자 부담을 의식해야 하니 실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기질 비료 값 3배 ↑…농약·비료 아끼려다 농사 망칠라"
27일 경북 청송군에서 만생종 사과 부사 농사를 짓는 현시학(57) 씨는 "사과 농사에 쓰는 비료 중 요소가 있다. 10년 전 20㎏ 한 포에 3천원씩 100만원어치를 샀으나 지금은 600만원치 대량 구매를 해야 한 포당 1만8천원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국제 정세 영향으로 비료 주원료인 질소 수급이 어려워지자 질소 함량이 많은 요소 비료 가격 역시 크게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실제 이날 경북농협에 따르면 농협이 농가에 판매하는 무기질비료 가격은 요소(그레뉼) 경우 지난해 8월 1만1천660원(이하 과세 기준)에서 올해 8월 기준 3만1천780원으로 2.7배, 같은 기간 황산칼륨고토는 1만7천540원에서 2만7천710원으로 1.6배 각각 뛰었다. 이 밖에도 판매처·브랜드별로 다양한 무기질 비료 가격이 2~3배가량 뛴 것으로 전해졌다.

사과 농가는 타 작물에 비해 화학비료 사용량이 많지 않지만, 최소한의 시비를 하는데도 지출 증가폭이 눈에 띈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지난 추석에 앞서 사과 시세가 전년보다 낮게 책정됐던 만큼 올해 부사 가격은 예년보다 비교적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가운데 농약·비료와 농자재 값, 인건비는 매달 오르니 농가의 허리는 더욱 휘기만 한다.
같은 날 경북 구미시 선산읍 이문리에서 1만6천500여㎡규모로 쌀농사를 짓는 정현인(47) 씨는 "농민들 버틸 수 있게 제발 대책 좀 마련해 달라"고 하소연 했다.
정 씨는 지난해 연말 요소수 대란을 기점으로 비료 값이 대폭 오른 가운데 농약과 비료 가격이 더 오른다는 소식에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비싼 이앙기와 트랙터, 콤바인 등 농기계 대여비, 인건비를 모두 충당하자면 손에 쥐는 돈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 씨는 자신이 농사짓는 논 한 마지기당 농약·비료 값은 10만원, 농기계 대여 비용은 25만원 정도가 들어 전년보다 1.5배 수준으로 뛰었다고 했다. 그는 "농약, 비료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쌀값은 폭락해 너무 힘들다. 지난해 한 마지기 당 30만원 정도 벌던 것이 현재는 15만~2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정 씨는 "쌀농사가 쉽진 않지만 지난해만 하더라도 수익으로 최소한의 유지는 할 수 있었다"면서 "올해는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좋은 품질의 쌀을 생산하려면 한번이라도 더 비료를 뿌리고, 농약을 쳐야하는데 부담이 되니 조금이라도 아껴 써야하나 유혹에 빠진다. 이러다 쌀 품질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국산 쌀은 국민들로부터 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까지는 정부에서 비료 구입 할인 혜택을 주고 있지만 내년엔 어떻게 될지, 얼마나 지원받을 수 있을지 몰라서 속이 타들어간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농약, 비료 등의 비용을 줄여주는 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농가에서는 농약이나 비료를 필요량보다 아껴 쓰는 사례가 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영향은 농자재 소매업자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청송군 현서면에서 농자재마트를 하는 박상순(42) 씨는 "농약이나 비료 가격이 많이 오르다보니 이를 파는 입장에선 마진 비율을 줄여 싼 값에 내놔야만 상품을 팔 수 있다. 농가에서도 비용을 아끼려 농약·비료를 덜 치거나 시기를 미루다 농사를 망치는 사례도 많아 올해가 가장 농가 부담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시설재배 농가는 "시설 개보수 및 난방비까지 겹부담"

농약·비료 값에 더해 비닐하우스 등 수입·화학소재로 만드는 기타 농자재 값도 함께 올랐다보니 시설재배 농가에선 겹부담을 앓고 있다.
경북 봉화군 봉화읍 석평리에서 시설하우스 6천600여㎡에 화훼농사를 짓는 박지훈(51) 씨는 "비닐이나 보온 커튼 등 농자재 값이 60~70% 올랐고 시공비와 운송료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물가는 100% 오른 셈"이라며 "이런 가운데 농약 값과 비료 값까지 꾸준히 오른다면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시설재배 농가는 비닐은 4~5년, 커튼은 6~8년, 종묘비는 품종에 따라 1~5년마다 한 번씩 지출한다. 농약·비료 값과 난방비, 운송비만큼이나 눈에 띄는 부담이다.
박 씨는 "연동하우스 신축 시 3.3㎡당 25만원(보조사업비 12만5천원)하던 건축비용이 최근에는 45만원으로 2배까지 올랐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 지원금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국제 유가 인상에 따른 물류비 상승도 농가 부담을 가중시킨다. 박 씨는 "봉화에서 서울 양재동 공판장으로 가는 꽃박스 400송이 한 상자 운송비가 지난해 4천원에서 최근 5천원으로 올랐다"며 "올겨울 시설하우스 내 난방비까지 늘 것을 생각하니 증가로 이중고가 눈에 선하다"고 했다.
경산시 하양읍 금호강변에서 30여 년 깻잎 농사를 지은 조희찬(75) 씨도 "한 곳에서 오랫동안 깻잎을 재배하는 바람에 연작피해를 입어 생산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료·농약 값 에 더해 비닐하우스에 필요한 비닐·파이프 값도 올라 부담이 크다"고 했다.
조 씨는 "투자비용 대비 농사 소득은 크지 않아 소위 '인건비 따먹기'로 근근이 농사를 짓고 있는데, 앞으로 비료, 농약 값 등 농자재 가격이 꾸준히 더 오르면 깻잎 재배면적이라도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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