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세계가 다양한 만큼 그에 맞는 칼 또한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일반적인 가정에서야 부엌칼과 과도 정도를 갖추는 경우가 흔하다지만 '일식은 칼 맛'이라는 말처럼 일식에서 사용한 칼은 종류 뿐만 아니라 관리 또한 신경을 많이 쓴다. 이처럼 칼의 세계는 은근히 깊고 오묘하다.
이런 칼의 세계에 빠져 자신의 앞길을 개척한 청년이 서문시장에 있다.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 5지구 상가 1층의 한 귀퉁이에 위치한 '한칼 대구점'을 운영하는 황덕환(31)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가게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종류의 칼이 전시돼 있어 눈을 뗄 수가 없다. 취급하는 칼의 브랜드 숫자만 30여 가지이고, 용도에 따라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끝도 없을 정도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황 대표는 대전의 유명한 칼 명인을 스승 삼아 3년간 도제식으로 칼에 대해 공부했다. 그런 뒤 스승에게서 어느정도 인정받고 약 4개월 전 대구에 와서 '한칼'이라는 가게를 차렸다.
이 곳은 칼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칼을 관리받고 싶은 손님들이 더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용도에 맞게 칼을 써야 하는 일식집이나 정육점을 운영하는 손님들이 황 대표에게 칼을 맡긴다. 일반적으로 그냥 숫돌에 갈아쓰면 될 것 같은데 굳이 전문적인 솜씨라는 게 필요할까 궁금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칼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들은 칼에 원하는 요구사항 또한 전문적"이라고 답했다.
"칼을 쓰는 용도와 칼을 쓰는 분의 취향에 따라 날에 대한 요청이 다 달라요. 예를 들어 '벌집칼'이라고 해서 흔히 말하는 벌집삼겹살에 칼집 낼 때 쓰는 칼이 있는데 이 칼은 날이 곡선으로 돼 있어요. 그런데 이 곡선의 굽은 정도에 대해서 칼 쓰시는 분들마다 원하는 정도가 다 달라요. 그걸 맞춰드리는 게 제가 하는 일 중 하나죠."
황 대표는 '한칼'을 차리기 전부터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사람이다. 첫 직업을 부사관으로 시작한 황 대표는 5년간 직업군인으로 일한 뒤 제대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보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목공을 했었어요. 그 때 사용하던 끌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제작해 주는 곳이 없을까'하던 중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간을 알게 됐죠. 농기구 만드는 것도 배워봤는데 제가 오랫동안 하기는 힘들겠다 생각했죠. 그러다가 칼에 대해 알게 된 거죠. 3년간 스승님께 배웠는데 칼 모양이 비뚤고 날이 거칠다며 많이 혼났었죠."
혹독한 수련 끝에 처음으로 칼을 맡긴 손님의 반응을 황 대표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손님이 황 대표가 매만진 칼을 보고 "다음에도 잘 부탁한다"고 갔다. 처음에는 인사치레인 줄 알았다가 그 손님이 한 달 뒤에 다시 와 "마음에 안 들었으면 다시 안 왔겠죠"라며 황 대표에게 칼 관리를 맡겼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칼 관리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황 대표는 한 가지 팁을 알려줬다.
"소위 말하는 '칼 갈이 도구'나 '자동 칼 갈이'보다는 숫돌을 쓰시는 걸 추천드려요. 그래야 칼날의 무디고 꺼끌꺼끌한 부분이 제대로 갈아지거든요. 숫돌을 자세히 보시면 입자가 거친 부분이 있고 입자가 고운 부분이 있어요. 거친 부분으로 갈면 빨리 갈리긴 하는데 절삭력은 떨어지고, 고운 부분으로 갈면 예리해지긴 하지만 오래 갈아야 하죠. 처음에는 거친 부분으로 갈다가 나중에 고운 부분으로 갈면 날이 잘 드는 칼이 돼 있을겁니다."
황 대표는 이런 부분을 알려주기 위해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초보 사장이지만 이미 칼을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기술자로 소문나기 시작한 황 대표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칼 연마와 개조에 있어서는 '한칼 대구점을 찾아오면 돼'라고 할 정도로 가게를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제 기술을 이용하고 돈을 내는 데 있어서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로 훌륭한 칼 기술자가 되고 싶습니다."
댓글 많은 뉴스
김문수, 대선 양자 대결서 앞섰다 46.4%…이재명 41.8% [영상]
이재명 "이념·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아…지지율 겸허히 수용"
지지율 뒤집힌 민주 "잘못된 여론조사로 호도"… 조사업체 관리강화 법안 발의
尹, 옥중 서신 "설 다가오니 국민 여러분 생각…작년보다 나은 한해 되시길"
권성동 "선관위 불신·시스템 취약…선거 시스템 전반 살펴볼 필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