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숙박비를 아껴보자고 시작한 캠핑이었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됐네요. 고생도 많이 했지만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지난 28일 오후 2시(현지시간)쯤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지하철역은 월드컵 2차전을 보기 위해 모여든 한국과 가나 팬들로 가득 찼다. 거대한 인파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한국 유니폼을 입고 커다란 행낭을 맨 모습이 인상적인 남성이었다.
경기를 보러온 거의 모든 사람이 가벼운 행색인 것과 대비되는 모습에 호기심이 동했다. "경기장을 가는데 왜 그렇게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냐"고 물으니 "사막에서 캠핑을 하고 오는 길이다. 지금 역사에 짐을 맡기고 가나전을 보려고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국 런던 사우스워크 지역에서 거주하는 이수광(28) 씨는 올해 대학 졸업을 기념해 평생의 소원인 월드컵 직관에 도전했다. 부산 출신인 이 씨는 영국에서 4년째 음악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카타르에 캠핑 장비를 들고 다니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이 씨는 "수중에 있는 예산으로는 내가 원하는 일정을 진행하기 어려웠다"며 "기본적인 생활비나 경기 티켓값도 만만치 않은데, 숙박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고민 끝에 숙소는 포기하고 월드컵을 즐기는 데 돈을 투자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카타르는 역대 월드컵 중 가장 작은 나라다. 경기도 면적(114만9천㏊)과 비슷하다. 좁은 땅덩이에서 대규모 축제가 열리다 보니, 개막 전부터 살인적인 숙박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컨테이너 객실을 한곳에 모은 '팬 빌리지'를 황급히 마련했지만, 이 역시 1박 요금이 27만원에 달해 관광객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

우루과이와의 1차전 일정에 맞춰 카타르로 입국한 이 씨는 이곳에서 보낸 7일 동안 낮에는 축구장을, 밤에는 사막을 오갔다고 한다. 일정 중 단 하루를 제외하곤 전부 모래 위에 누워 잠을 청했다고 한다.
이 씨는 "겨울이라 밤에는 선선하고, 사막 지역이 도심에서 1시간 이내에 있어 접근성도 좋았다"며 "이곳에선 주로 카라반과 같은 시설을 갖춰놓은 곳에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캠핑이 일반적이라더라. 동양인이 혼자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니 외국인들도 신기하게 봤다"고 말했다.
이어 "사막 한가운데서도 인터넷이 잘 터지고, 모래도 푹신해 다칠 위험도 적다"며 "처음엔 경비를 아끼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사막의 밤하늘을 보며 캠핑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 남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카타르 도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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