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까지 영국 노동조합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집권 내각의 생사여탈권까지 쥐고 있었다. 하자는 대로 하지 않으면 진보든 보수든 가리지 않고 붕괴시켰다. 1968~1970년에 해럴드 윌슨 노동당 내각, 1974년에 에드워드 히스 보수당 내각, 1979년에 제임스 캘러핸 노동당 내각이 그렇게 무너졌다.
노조는 목적 관철을 위해 서슴없이 폭력을 썼다. 당시 세계 최강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전국광산노조의 1984~1985년 파업이 그랬다. 1984년 3월에서 11월까지 7천100명의 광부들이 각종 폭력 혐의로 고발됐고 이 중 3천483건이 재판에 넘겨져 2천740건에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1985년 5월에는 남웨일스(South Wales) 광부 두 사람이 파업에 불참한 광부들을 일터로 데려다줬다는 이유로 택시 운전사를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런 반(反)사회적 행태의 절정은 인쇄공노조가 보여줬다. 당시 인쇄공노조는 엄격한 클로즈드숍(사용자가 조합원만 채용하고 근로자가 조합에서 탈퇴하면 바로 해고하는 제도)을 운영하면서 높은 수준의 임금과 초과 인력을 사용자에게 강요했다.
그러면서 툭하면 조업을 중단했다. 1983년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파업으로 6월부터 8월까지 두 달 넘게 휴간해야 했고, 11월 25~27일에는 전국 모든 신문이 발행 중단됐다. 이에 앞서 1982년에는 맨체스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일간지 '투데이'(Today)가 발행 저지의 위기를 맞았다. 발행인 에디 샤는 비노조원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해 신문을 발행했다. 그러자 노조는 비노조원들을 폭행하고 살해 협박도 했다. 인쇄공노조는 이에 그치지 않고 언론 검열까지 했다. 뉴스 기사나 논평에서 그들이 동의하지 않는 문구를 마음대로 삭제했다.
영국 노동조합의 이런 흑역사는 노조가 어떻게 반사회적 이기주의 집단으로 타락하는지 잘 보여준다. '물류를 멈춰 세상를 바꾸자!'는 민노총 화물연대의 파업이 그런 흑역사를 재연하고 있다. 그들은 목적 관철을 위해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파업을 거부한 동료 기사 차량에 쇠구슬을 쏘고, '지금 일하고 있는 의리 없는 XXX들아. 오늘 길바닥에서 객사할 것이다'고 저주까지 한다. 그들이 세상을 바꾼다면 어떤 세상이 올지 오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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