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천 방음터널 화재, 사고트럭 자체 발화가 원인…플라스틱 소재가 화마 키웠다

2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과천지식정보타운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과천지식정보타운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4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과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는 폐기물 수거 집게차량 단독 발화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다.

차량에서 발생한 불이 방음터널로 옮겨 붙었는데, 방음터널의 플라스틱 소재가 불쏘시개가 되면서 화마를 더욱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경찰,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49분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과천지식정보타운 부근 방음터널 구간을 달리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불이 주변 방음터널로 옮겨붙었다.

이 화재로 5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이며 34명은 경상이다. 사망자는 방음터널을 지나다 고립된 차량 4대에서 발견됐다.

또 방음터널(830m)의 600m 구간이 소실됐다. 차량 45대도 불에 타거나 그을렸다.

목격자들은 수백 미터에 달하는 방음터널 구간이 시뻘건 불길에 휩싸였고, 터널 천장이 녹으면서 불똥이 마치 비처럼 쏟아졌다고 전했다.

당초 집게 트럭과 버스 간 추돌사고에 의해 불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 조사 결과 추돌사고는 없었다.

화재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 등을 확인한 결과 추돌사고가 아닌 집게 트럭 자체 발화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방음터널이 화재에 취약한 플라스틱 소재로 지어진 탓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연 소재의 터널 천장이 녹아내리면서 열과 연기가 확산했다는 것이다.

불이 난 방음터널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2017년 8월 830m 길이의 고속도로에 철골구조물로 뼈대를 만들어 반투명 플라스틱을 끼운 구조물이다.

아크릴의 일종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로 만들어졌는데, PMMA는 시공이 쉽고 저렴해 '폴리카보네이트(PC)'와 함께 방음 관련 제품에 대중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PMMA는 인화점이 약 280도로 일반적인 플라스틱보다는 인화점이 높은 '방염' 소재지만 '불연' 소재는 아니며, 한번 불길에 휩싸이면 진화가 어려운 특성을 가진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 방음터널에 주로 쓰이는 PMMA가 화재 발생 시 안전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투명한 아크릴 방음벽은 화재가 났을 경우 유독가스를 많이 내뿜는 플라스틱 계통의 재질로 상당한 위험성이 있었다"며 "수백여 미터 되는 아크릴에 단시간에 불이 붙었고 터널 안의 유독가스로 사망자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미관이나 시야 확보에 치중해 플라스틱 계통 방음벽이 갖는 위험성에 대해 과거부터 계속해서 경고가 있었음에도 안전에 대한 대책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방음 터널을 만들 때 불에 취약한 재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적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사고에 대비해 터널 안에 구간표시를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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