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바퀴로 달리는 경북도 명품 자전거길] 구미, 신라불교 순례길

공단도시 찬란한 문화 60km '구미' 당기다
구미보서 출발…문수사 솔바람길 수려, 3만9천㎡ 불교 초전지 눈길 사로잡아

신라에 불교를 전한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은 신라 최초의 사찰인 '도리사'를 창건하였다.아도화상 동상
신라에 불교를 전한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은 신라 최초의 사찰인 '도리사'를 창건하였다.아도화상 동상

구미(龜尾)? 자전거? 그다지 구미(口味)가 당기지 않는다. chatGPT에게 물어봐도 죄다 "산업도시" "공업도시" "흘러간 정치의 본고장" 이야기 뿐이다. 당최 낭만, 여유, 노스탤지(nostalgy)와는 거리가 먼 딱딱함, 산업연기, 희뿌연 공장 담자락만이 연상될 뿐이다.

그런데, 왠걸 "신라불교"라니, 그것에 더해서 "순례길" 얘기한다. 순례길(pilgrim route)은 숭고한 인격의 수련을 위해 척박한 현실을 견디며 먼 미래를 향한 이상향적인 인고(忍苦)의 답사길을 뜻함이다. 그런데, 이 잿빛의 도시에 신라불교의 순례길 이라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내심 믿기지 않는다. 왠걸, 의외다. 신라에 불교가 최초로 전해진 곳이 바로 이곳 땅이란다.

5세에 출가하여 16세에 중국 위나라에서 수학후, 19세에 돌아와 최초로 신라에 불교를 전한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阿道和尙)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263년의 일이다. 구미 일선군의 모례의 집에서 3년간 머물며 은밀히 불교 전파에 심혈을 쏟고 이어서 신라 최초의 사찰인 '도리사'를 창건하였다.

도리암 냉산 금수굴에서 입적을 하였다. 그 이후, 527년 법흥왕때 이차돈의 순교를 계기로 불교가 신라에서 정식 공인되었다. 아도화상의 족적은 구미 곳곳에 "신라불교 순례의 길"을 따라 흐르고 있다. 자전거는 그 족적이 도도하게 물결치는 순례길속으로 흠씬 심취하려한다.

문수사 사자암
문수사 사자암

◆부처님의 암자가 반은 바위 굴속에, 다른 반은 바깥에

문수사, 도리사, 구미 MTB코스 신라불교의 향기 60Km

사실, 구미의 볼거리 1번지는 금오산이다. 아쉽게도 동선에 맞지 않아 생략한다. 자전거의 출발점은 낙동강 줄기의 '구미보'이다. 이른 새벽, 자전거 답사단은 구미보 앞에서 커피향으로 몸을 덥힌다. 오늘 갈길은 60Km 남짓이다. 언뜻 짧은듯 보이나, 입거품을 서너번 각오해야하는 "순례길"이다. 영롱하게 피어오르는 구미보의 물빛을 뒤로하고 페달질을 시작한다. 첫 행선지는 '문수사'이다. 문수사는 50년 남짓된 짧은 역사의 개인사찰이다. 1972년에 중건을 시작하여, 2000년도에 사자암이 완성되면서 외부에 이름이 알려졌다.

부처님의 암자가 반은 바위 굴속에, 다른 반은 바깥에 위치한다하여 "반쪽짜리 법당"으로 매스컴을 탔다. 그런데, 정작 오르는 경치가 더 압권이다. 경사 25도나 되는 솔바람길이 수려하고 웅장하다. 삐질대고 숨을 몰아 쉬면서 사자암에 오르면, 후덕한 스님이 떡 하니 웃음으로 맞이 해준다. 주지 월담스님이다. 차한잔 하고 가라고 권한다.

문수사 주지스님이 자전거 탐사팀을 반갑게 맞아준다.
문수사 주지스님이 자전거 탐사팀을 반갑게 맞아준다.

명물인 사자암 법당에 들어선다. 가로 10m, 세로 6m의 석굴이다. 바위속에 자리잡은 부처님께 무사를 기원하며 삼배를 드리고, 법당 앞 마당에서 주지스님이 권하는 작약차를 마시면서 웃음꽃을 피운다. 여유로운 아침이다. 또 오라는 배웅을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아도화상을 만나러 간다. 신앙심 깊은 어머니의 강권으로 중국 위나라에서 수학한 후 19세의 젊음으로 신라의 땅에 최초로 정착한 곳이 선산땅 일선군 모례의 집이다.

신라불교 초전지앞 연못
신라불교 초전지앞 연못

아도화상은 돈독한 모례의 보살핌으로 굴을 파고 3년간 불교전파의 기초를 닦았다. 그 역사를 기리기 위하여 구미시는 2017년, 12,000평의 땅에 "신라불교 초전지"를 조성했다. 옛날 신라불교의 냄새가 흠씬 나도록 "의,식,주" 세개의 테마로 고대 불교의 교육, 음식, 생활관등을 꾸미고, 아도화상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신라불교 초전지 박물관'등 스토리텔링 복합 문화공간이다.

문수사 솔바람길
문수사 솔바람길

이곳을 찾는 사람들, 열이면 열, 전부 "구미에 이런곳이?"라고 놀라움을 표한다. 자전거는 내친김에 역사속으로 더 들어간다. "낙산리(洛山里) 고분군" 탐방이다. 삼국시대로 부터 만들어진 약205기에 이르는 거대한 무덤군이다. 냉산(691m)을 끼고 월파정산(月破亭山), 정묘산(鄭墓山), 불로산(不老山)등 3개의 군집으로 해평면 일대에 퍼져있다. 널무덤(토광묘), 독무덤(옹관묘), 구덩이식 돌방무덤(석관묘)등 3~7세기 무렵 지배세력의 위세를 한눈에 볼수있다. 또 한번 "구미에 이런곳이?" 놀란다.

아도화상이 신라 첫 사찰인 구미 도리사를 창건했다.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
아도화상이 신라 첫 사찰인 구미 도리사를 창건했다.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

◆아도화상의 혼이 숨쉬는 '도리사

두바퀴 자전거는 새로운 발견의 재미가 쏠쏠한 구미속으로 점점 더 빠져든다. 죽음으로 주인을 구한 의로운 개를 기리기 위해 만든 의구총(義狗塚)이 지척이다. 1655년, 술에 취해 들불이 난줄도 모르고 잠이든 선비 '노성원', 의로운 개는 주인을 구하기 위해 주변의 물에 자기의 몸을 적셔 불을 끄고 지친채 죽음을 맞이한다. 배신과 이권만을 쫒는 오늘날, 소시적 초등학교 만화책에서 배웠던 추억을 다시금 훈훈하게 떠올린다.

또 다른 문화터로 달린다. 일선리 문화재 마을이다. 1987년, 안동 임하댐 건설로 수몰된 전주 류씨 일가 70여 가구가 구미 해평쪽으로 집단 이주하여 조성한 마을이다. 1680년 후학을 위해 만들어진 ' 만령 초당건물 ' 등 역사성 높은 강학당과 용와 종택, 삼가정, 조암 종택, 호고와 종택, 수남위 종택, 침간정까지 한때 위세가 돋보이는 고택들이 줄을 잇는다.

마을앞 정자에서 꼬깃 가져온 주점부리를 펼치는 여유를 잠시 누린다. 이제, 문화재 탐방은 뒤로하고 땀뺄 도전의 시간이다. 바로, '구미MTB 자전거 임도 코스'로 들어선다. 일선리 마을 뒷편이 초입이다. MTB코스는 도리사를 중심으로 두개의 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총26Km의 산길이다. 길은 착하다. "길 시작점, 0Km" 푯말이 꽤나 친절하다.

초입 1Km정도 강한 업힐에 금새 호흡이 거칠어진다. 겨우 호흡이 가라앉으면, 길은 아기자기하고 나긋나긋한 여성으로 바뀐다. 적당한 업다운이 이어지고 지겨운 직선길 끝, 곡선길이 단조로움을 없애준다. 바람과 새소리와 청명한 구름이 길동무가 된다. 언제인가 싶게 , MTB 제1코스를 빠져나왔다. 냉산 산악레포츠 공원과 도리사로 향하는 갈림길 제1주차장에 도착했다.

아도화상의 혼이 숨쉬는 태조산에 자리잡은 '도리사(桃李寺)'로 향한다. 겨울의 눈속에서도 오색의 도화(桃花)가 만발하여 이름 붙여졌다는 도리사는 신라 최초의 사찰로 이름높다. 1976년, 97cm에 불과하지만 선명한 아도화상의 석상이 발견되었고, 세존 진신사리가 모셔진 우리나라 8대 적멸보궁 중 한곳이다.

화엄석탑, 적멸보궁, 팔정도등 다채로운 보물들이 보관되어 있다. 도리사를 오르는 길은 거칠고 남성스럽다. 끝났는가 싶으면 또 오르막, 옆으로 비틀면 또 급경사, 마음을 비우고 밑만 보고 페달질을 계속한다. 호흡은 턱턱 막힌다. 고생끝 낙(樂)! 광대한 대웅전에 마침내 도달했다. 물 한모금으로 땀을 식히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서대(西臺)'로 간다.

도리사 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도리사 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도리사가 위치한 태조산, 냉산(691m) 위 전망대이다. 사방팔방으로 탁 터였다. 도도한 낙동강이 한눈 아래에 보인다. 그 옛날, 이곳 금강굴에서 수도후 입적을 하면서 불교의 정신세계를 전하고자 했던 아도화상의 간절함이 절절히 전해진다.

이대로, 내리막 희희낙낙만 계속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레포츠 체육공원옆 구미MTB 제2코스, 13Km로 진입한다. 이제 돌아가는 길이다. 다시 낙동강변으로 향한다. 다채로웠던 하루가 뉘엿뉘엿 저물어간다. 해평의 유명한 국밥집에서 뜨근한 국물과 수육 한점으로 다채로웠던 순례길을 갈무리한다.

구미(龜尾)가 이젠 충분히 구미(口味)당긴다. 자전거로 돌아본 신라불교 순례길, "구미 재발견! 유레카!"

글·사진 김동영 여행스케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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