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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처럼 거리 도배된 '정당 현수막'…"특권 의식서 비롯된 그들만의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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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법안 탓에 정당 현수막 게재 사실상 자유
대구 8개 구·군청에 민원 쇄도…무분별한 난립에 충돌 사고까지
민원 들끓자 지자체 "재개정해야"

지난 16일 오후 3시쯤 찾은 남구 대명동 성당네거리 일대. 가로수 사이로 정당 현수막이 잇따라 게재돼 있다. 한소연 기자
지난 16일 오후 3시쯤 찾은 남구 대명동 성당네거리 일대. 가로수 사이로 정당 현수막이 잇따라 게재돼 있다. 한소연 기자

그들만의 법 개정에서 비롯된 '정당 현수막' 공해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정당의 특별한 지위를 내세운 정치 특권 의식이 '현수막 공해'의 주범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치적 현안과 관련해 정당이 내건 현수막은 수량·규격·게시 장소 제한 없이 15일 동안 걸 수 있게 됐다. 이후 주요 길거리는 물론 어린이보호구역까지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민들은 민생 현수막에는 벌금을 물리고 국민 혐오 대상인 정치 현수막에는 면죄부를 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민원을 쏟아내고 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정치권 내부에서도 관련법 재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대구 8개 구·군청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 위치나 내용에 대한 불만을 담은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옥외광고물을 담당하는 지역의 한 구청 공무원은 "최근 오토바이 운전자가 끈이 풀린 현수막과 충돌해 다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법 개정 직후인 지난해 12월부터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며 "정당 측에 자진 철거를 요청하지만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문제는 민원이 들어와도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지자체는 정당 현수막 게재 위치도 모를 뿐만 아니라 관련 법 개정으로 처리할 법적 근거도 없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은 민원이 들어오면 현수막을 게재한 정당 측에 게시 기간 15일이 지난 현수막들을 자진 철거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전부다. 철거가 안 된 현수막들은 각 구청 단속반이 한 달에 2~3회 순찰을 하며 철거한다. 정당이 내건 현수막을 국민의 혈세로 철거하는 셈이다.

지자체들은 관련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와 경남도는 각각 9일과 12일 행정안전부에 행정구역별로 현수막 개수와 크기 등을 다시 제한하는 내용 등을 제안했다. 행안부는 지난 14일 17개 시도의 현수막 업무 담당자들과 회의를 열고 올해 하반기까지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재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은 법률로 규정된 것인 만큼 지자체 조례 등으로는 관리할 수가 없다"며 "결국 정부가 나서 관련 법령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옥외광고물법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원칙적으로 자율에 맡기고 자제하는 게 좋겠지만 필요하면 관련 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개인 SNS에 정당 현수막은 '정치 공해'라고 비판했다. 최재훈 달성군수도 이에 공감을 표시했다.

국회의원들도 연이어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성원·최영희·송석준 의원은 각각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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