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동화책을 읽으며 자란다. 어린 시절엔 피터팬과 함께 네버랜드로 떠나는 상상을 했다. 헨젤, 그레텔과 마녀의 과자집에 들어가기도 했다. 성장해가며 무한의 상상력은 빛을 잃는다. 민다방은 그런 모든 어른에게 어릴 적 품었던 동심을 선물한다.
◆ 동화 속 주인공이 한데 모여 사는 마을
장미로 장식된 푸른빛 대문. 이 문으로 한 발짝 들어서면 동화 속 마을이 펼쳐진다. 운동장을 연상케하는 흙바닥 주차장과 상반된다. 얇은 대문 하나 사이에 끼고 이 같은 차이를 보이다니….
여기는 민다방. 대표 장수민(28) 씨는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오는 느낌을 주려 대문을 설치했다는데, 성공이다. 눈앞에 펼쳐진 알록달록한 색감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카페 본관. 붉은 지붕과 연노란색 담벼락, 초록색 문은 선명한 대비감을 준다. 그 옆에 활짝 핀 흰 수국과 보라색 철쭉, 형형색색 꽃이 담긴 수레는 동화적 분위기를 살린다.

본관 앞에는 피터팬이 살고 있을법한 삼각 오두막이 있다. 내부에는 2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다. 벽면에는 피터팬, 아톰 포스터가 붙여져 있다. 아늑한 느낌의 이 공간은 동생과 이불로 아지트를 만들던 유년기를 떠올리게 한다. 안쪽으로 난 작은 창문을 통해 큰 나무 한 그루도 볼 수 있다.
본관 뒤로는 건물보다 더 큰 보랏빛 의자가 놓여 있다. 거인국의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을법한 크기다. 가족들과 이곳을 찾은 김민준(13) 군은 "의자 옆에 서니 내 키가 더 작게만 느껴진다. 걸리버 여행기 속 거인국에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 사계절을 만끽하다
인간은 오감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살랑이는 바람이 살갗을 간지럽히면 봄이 왔음을 직감한다. 뽀얀 함박눈이 내리면 겨울이란 걸 안다. 소품과 디저트 디자인이 달라졌다면, 민다방의 계절이 바뀐 것이다.

봄에는 장식장에 화사한 분위기의 접시를 진열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색감의 포스터로 포인트를 준다. 조개껍질과 갈매기 모양 소품으로 내부를 꾸미고, 본관 앞 서핑보드 모형도 세운다. 가을에는 단풍을 즐길 수 있도록 평상 자리에 신경 쓴다. 추석을 떠올릴 수 있도록 달풍선도 지붕 위에 올린다. 또, 잎밖에 남지 않은 수국 나무에 과일 모형을 달아 풍성하게 만든다. 겨울에는 건물 외벽에 산타 풍선을 매단다. 실내에는 커피 그라인더에 산타 모자를 씌운다.
케이크 데커레이션도 계절마다 달라진다. 봄에는 생화를 올려 눈을 즐겁게 한다. 무더운 여름에는 귀여운 데코를 올린다. 가을에는 단풍 모양 초콜릿을 올리거나, 호박 모양 머랭 쿠키를 구워내 장식한다. 겨울에는 산타 토퍼를 올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낸다.
장 대표는 "재방문 손님들께 재미있는 공간으로 남길 바라서 시즌마다 소품과 디저트 데커레이션에 변화를 준다. '계절마다 바뀌어서 보는 재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다음 시즌에는 더 열심히 해야지' 다짐한다"고 했다.
◆ 독립적인 공간에서 둘만의 이야기를
민다방은 한 팀씩만 들어갈 수 있는 별관이 많다. 본인들만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손님에겐 최적의 장소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유리온실. 내부에는 하얀색 큰 테이블과 6개의 의자가 놓여 있다. 온 벽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초록 나무와 수려한 자연경관을 즐기기 좋다. 옛날 텔레비전, 귀여운 엽서 등 아기자기한 소품도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장 대표는 온실을 설치한 데 대해 "카페는 누구나 편안하게 쉬다가는 곳이어야 한다. 분리된 공간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둘만의 공간에서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다"고 했다.

온실 뒤편에는 파란색 조그마한 오두막집이 있다. 여기엔 2인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파스텔톤 영화 포스터와 감성적인 사진들, 줄조명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외에도 커튼을 쳐 공간을 나눈 평상과 삼각 오두막 등 독립 공간이 있다.
경북 칠곡군 북삼읍에 살고 있다는 최서윤(17) 양과 김주희(17) 양은 버스를 타고 20분 거리인 이곳에 자주 온다고 했다. 최 양은 "집 근처에도 카페가 많지만, 거기에선 지인들을 자주 마주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엔 누가 들을까 조심스러울 때도 있다. 민다방은 둘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많아 좋다"고 했다.
◆ 케이크 시트부터 바닐라 시럽까지 모두 수제
"민다방 디저트는 직접 구운 '수제 디저트'입니다", "유화제·첨가물 ZERO", "휘핑크림이 아닌 100% 동물성 생크림만을 사용합니다"
민다방 곳곳에는 이 같은 문구가 붙어있다. 디저트에 얼마나 '진심'인지 먹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장 대표는 케이크 시트부터 크림, 캐러멜 소스, 바닐라 시럽까지 모두 직접 만든다고 말한다. 바닐라 시럽은 바닐라 빈으로 만들어 360시간 이상 숙성시킨다. 이는 바닐라라떼(5천800원)를 만들 때 사용한다. 피치 실론티, 자몽 얼그레이, 레몬 얼그레이 아이스티(각 6천300원)도 시럽이 아닌 수제 과일청과 과일 과육을 넣는다. 과일의 달콤함은 자칫 쌉싸름하게 느껴질 수 있는 홍차의 맛을 중화시켜 준다.

맛을 위해 좋은 재료만 고집하는 것도 장 대표의 원칙이다.
딸기 케이크(6천500원)에 들어가는 딸기는 농장 직거래를 한다. 잘 무르기도 하고 당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들기 전 당도 체크는 필수. 맛이 없으면 그날 딸기 케이크는 만들지 않는다.
바스크 치즈케이크(5천800원)도 마찬가지라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바닐라 빈을 사용한다. 바닐라 익스트랙, 페이스트 등 기성 제품이 아닌 진짜 바닐라가 들어가 내는 풍미를 더 선호하기 때문"
커피 메뉴도 예외는 없다. 민다방 대표 메뉴 크림라떼(6천원)는 산미가 없고 고소한 맛이 특징인 원두로 만들어진다. 고소한 원두 베이스에 달콤한 우유를 섞는다. 그 위에 크림과 코코아 가루를 올리면 비로소 크림라떼가 완성된다. 특히 크림은 휘핑크림이 아닌 100% 동물성 생크림을 사용한다. 우유의 맛을 살리고, 목 넘김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다.
장 대표는 "'예쁜 카페는 맛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 저는 아름다운 카페를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먹는 것에도 진심이다. 모든 재료에 수제를 고집할 만큼 맛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며 "좋은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면 가족들이 생각나지 않느냐. '부모님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카페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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