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영아돌연사 막으려면…"수면 시 침상 공유가 아닌 방을 공유해야"

푹신한 침구, 매트리스와 벽·매트리스 간 틈 등 질식 위험
심폐소생술 및 즉시 119 신고해야…"부분 예후 좋지 않아. 예방이 가장 중요"

아기.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아기.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영아돌연사는 '영아기에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망'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사인이 밝혀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모두 포함하며, 요즘은 '영아돌연사'란 표현보다는 '영아에게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망'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몇 해 전 미국에서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아의 예기치 못한 사망 중 약 20%에 달하는 원인이 수면과 관련해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권정은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아가 누워 있는 곳에는 푹신한 침대나 이불, 베개 등은 없는 것이 좋고, 아기와 잘 때는 침상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방을 공유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영아돌연사,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나?

수면 중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사망은 질식 사고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주변 침구가 푹신한 상황에 아기가 뒤집기에 성공했는데, 목을 완벽하게 가누지 못해 다시 되짚기를 하지 못하면 이불에 코와 입이 파묻히면서 호흡 정지에 이를 수 있다.

또한 아기가 잠들 때 이불을 덮어줬는데, 팔 다리를 움직이다가 얼굴에 이불이 덮이면서 코와 입을 막아 질식에 이를 수도 있다.

특히 아기를 침대에서 재웠는데, 아기가 침대 위를 구르다가 침대와 벽 사이에 끼여 질식에 이르는 경우도 꽤 있다.

지금까지 보고된 연구들에 따르면, 수면 중 질식 사고는 생후 2~4개월 영아에게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

권 교수는 "매년 1, 2명은 수면 중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를 보는데, 아기 전용 침대를 쓴 경우는 없었다"며 "심정지가 발생한 경우 심장 박동이 돌아와도 뇌 손상 등으로 신경학적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아.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영아.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무엇이 위험인자일까?

아기들은 아직 목 가누기, 뒤집기, 되집기가 잘되지 않기 때문에 푹신한 침구는 매우 위험하다. 덜 푹신하고, 약간 단단한 매트리스는 뒤집힌 자세가 된다 하더라도 얼굴이 푹 파묻히지는 않는다.

또한 가벼운 아기용 이불은 위험도가 덜하지만, 성인용 이불처럼 부피가 크고 푹신한 것들은 위험 인자가 된다. 아기 얼굴이 덮이지 않게 이불을 덮어줬다 하더라도, 아기가 자면서 발차기를 하거나, 팔을 움직이면서 이불이 얼굴을 덮어버리기도 한다.

아기를 어린 형제자매와 함께 재우는 경우도 수면 중인 아기의 호흡을 방해할 수 있어 위험하다. 낙상 방지를 위해 설치하는 침대 가드 역시 매트리스와 틈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아기가 침대에서 낙상하는 것을 막는다고 침대를 벽으로 완전히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조심해야 한다. 벽과 매트리스 사이에 약간의 틈이 벌어질 수 있는데, 그 틈으로 아기가 끼이는 일이 가끔 일어난다.

권 교수는 "보통 아기가 침대에서 떨어질까 봐 벽 쪽으로 재우는 경우가 많다"며 "아기가 자다가 벽 쪽으로 뒤집기를 했다가, 그 틈새에 끼여 빠져나오지 못하고 버둥버둥하다가 질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아기의 기도를 확보해야 한다. 이불이나 베개에 파묻혀 있다면 제거를 하고, 침대와 벽 사이에 낀 경우라면 빨리 꺼내서 아이를 확인해야 한다. 이어 청색증이 있고, 숨을 쉬지 않는 상황인지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며, 즉시 119에 신고를 해야 한다.

수유를 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면 구토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입안에 우유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입안에 이물이 있다면 제거해야 한다. 권 교수는 "아무리 응급처치를 빨리 한다고 해도, 질식이 일어난 바로 그 즉시 조치를 취하는 게 아니라면 대부분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권정은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권정은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예방법은?

우선 아기는 아기용 침대에서 아기 이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많은 보호자들이 아기가 수면 중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아이의 움직임을 바로 옆에서 확인하고자 침상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주변에 성인 침구류가 같이 있을 확률이 높다.

아기 침대를 설치할 때도 아기 침대 매트리스와 침대 프레임 사이에 틈새가 최대한 생기지 않도록 설치해야 한다. 역류방지쿠션 역시 수유 시, 수유 직후, 터미타임(Tummy time) 때만 사용하고, 양육자가 지켜볼 때만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대부분 역류방지쿠션이 푹신한 소재인데, 목을 가누는 힘이 약하고 허리에 힘이 길러지지 않은 아기들이 쿠션 위에서 잠이 들다가 아기가 과도하게 쪼그리는 자세를 취하는 형태가 되거나, 고개가 숙여지면서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양육자가 아기를 안 보는 상황에선 엎드려 재워선 안 되며, 10° 이상 경사가 기울어진 환경도 좋지 않다. 머리 모양을 예쁘게 잡아 준다고, 혹은 수유 후 구토를 방지한다고 옆으로 재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보호자가 지켜보는 것이 안전하다.

권 교수는 "아기들이 뒤집기를 시도하기 시작하는 시점, 몸의 움직임이 많아지는 시기에는 신생아기에 비해 수유 빈도, 기저귀 확인 빈도 등이 감소해서, 보호자들이 아기를 확인하는 텀이 길어지게 되므로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며 "아기들이 움직임이 많아지는 시기에는 아기가 자는 공간에 푹신한 침대나 이불, 베개 등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도움말 권정은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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