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구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 여객기의 비상구가 갑작스럽게 열리면서 승객 194명이 극심한 공포에 떨었던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승무원과 승객들의 고군분투가 재조명받고 있다. 이들은 비상구가 열린 여객기가 착륙을 시도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문을 연 남성을 제압하고 2차 사고를 막았다.
오전 11시 49분 제주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여객기가 12시 45분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30대 남성이 출입문을 갑자기 개방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객기는 문이 열린 상태로 약 700피트(213m) 상공에 떠 있다가 활주로에 착륙했다.
경북에 있는 한 공공기관에서 재직 중인 A(41) 씨는 제주도로 출장을 갔다가 이날 대구로 오는 길이었다. A씨에 따르면 여객기가 공항에 착륙하기 2~3분 전 '펑'하는 소리와 함께 비상구 문이 열렸다. 착륙 전이라 승객과 승무원 모두 안전벨트를 하고 있었던 탓에 움직일 수 없었다. 비행기는 문이 열린 채로 2~3분 정도 상공에 있다가 착륙했다. 착륙 후 승무원들이 재빠르게 비상구 쪽으로 다가가 문을 연 남성을 제지했다.
이 남성은 비행기가 이동 중인데도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시도했다. 승무원 4명이 붙잡았지만 건장한 체격의 남성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자칫 잘못하다간 남성을 붙잡고 있는 승무원들까지 밖으로 떨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다급하게 '도와달라'는 승무원의 요청에 A씨를 포함한 3명이 나섰다. A씨 등은 뛰어내리려는 남성을 끌어올리고 움직일 수 없도록 제지했다. 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비행기가 멈추고 출입구에서 가까운 승객들부터 항공기에서 내리기 시작하자 상황은 종료됐다. A씨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도와주세요'라는 말만 듣고 뛰어갔다. 살리자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직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또 다른 '숨은 영웅'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는 '공포의 착륙' 속 빨간 바지를 입은 남성으로 기내에서 범인 옆자리에 앉았던 이윤준(48) 씨다. 사건 당일 이 씨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민재난안전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으로 안전 교육을 위해 제주도 출장에서 생일을 하루 앞두고 대구로 복귀하던 길이었다고 한다.
이날 사고 직후 한 언론에 보도된 탑승객의 '거짓 인터뷰'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른 탑승객과 달리 승무원의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뻥'하는 소리가 나길래 엔진이 폭발한 줄 알았다"며 "무슨 일인가 싶어 (소리가 난 쪽으로) 가려고 하니 승무원이 제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문을 닫지 않으면 착륙이 어려울 것 같아 나라도 가서 문을 닫아야 하는지 판단하고 있었다"며 "그때 승무원 얼굴을 봤는데 완전히 겁에 질려서 가만히 앉아있더라. 그냥 자포자기 상태였다"고 했다.
하지만 참사를 막은 '숨은 영웅'들은 승무원들을 비난하는 듯한 여론이 안타깝다고 했다. A씨는 "승무원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할 일을 다했다. 승무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보도는 바로 잡고 싶다. 승무원이 없었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 측도 승무원들이 비상조치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비행중에는 안전벨트를 매고 착석해 있는 것이 최대 안전조치다. 무리하게 비상구를 닫으려 하는 것은 더 큰 인명 피해를 일으키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승무원들은 안전 방송을 하고 각자 구역에서도 손님들에게 안전벨트 매고 착석해 있을 것을 지속해 안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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