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난한 어촌마을에서 글로벌 철강도시된 포항…2차전지 날개달고 다시 세계로

포항제철소 설립 이후 경북 최대 도시 비상
포스코와 함께 성장한 포항…2차전지 등 신성장 동력의 든든한 밑거름

지난달 16일 대구경북지역 5개 대학의 학생들이 포항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내 포스코퓨처엠 앞에서 하늘 높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2차전지 특화단지 포항 유치를 한마음으로 염원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지난달 16일 대구경북지역 5개 대학의 학생들이 포항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내 포스코퓨처엠 앞에서 하늘 높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2차전지 특화단지 포항 유치를 한마음으로 염원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동해안 동쪽 끝. 공장이라고 해봐야 수산가공업과 양조장 정도가 전부였던 경북 포항에 1973년 6월 9일 첫 쇳물이 왈칵 쏟아졌다. 포항이 경북 최대 도시를 넘어 글로벌 철강도시로 발돋움하는 마중물이었다.

그렇게 반세기 동안 철강으로 영광을 구가하던 포항은 국제경기 침체 등으로 잠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2차전지 등 신성장 동력을 장착하고 제2의 비상을 준비 중이다. 풍부한 R&D 기반과 항만, 교통, 교육 등 발디딤 역할을 할 인프라도 충분하다. 제철산업과 함께 포항이 키워온 재산들이다.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들어서기 전 1969년 포항 동촌동의 모습. 지금의 포항제철소가 들어선 바로 그 자리이다. 포항시 제공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들어서기 전 1969년 포항 동촌동의 모습. 지금의 포항제철소가 들어선 바로 그 자리이다. 포항시 제공

포항시사를 살펴보면 1960년 포항지역의 전체 공장 수는 72개(종업원 수 603명)였다. 기계공업부문이 16개로 전체 26.2%를 차지하고 있으며, 식료품이 18.9% 비금속이 16.2%이다. 대부분 작은 선박 수리공장이나 도장공장, 통조림가공업 등이다. 이때 포항은 인구 5만명, 쌀농사와 어업이 거의 전부였던 가난한 어촌마을이었다.

지금의 포항은 50만명이 넘는 인구에, 수백개의 공장을 지닌 국내 최대 공업도시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과 번영은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포스코의 성공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이후 국제 철강경기의 침체로 잠시 주춤했던 포항의 성장은 2차전지 등 새로운 활로를 맡고 있다. 포스코가 들어선 뒤 포항에 뿌려놓은 인프라들이 새로운 동력에 충분한 원료가 된 덕분이다.

2011년 포스코는 철강산업을 넘어 새로운 경제활로를 찾던 중 포스코퓨처엠을 중심으로 2차전지에 첫눈을 돌리게 된다. 산업계 스스로 신성장 동력을 찾아낸 셈이다.

2차전지 산업의 태동은 또 다른 앵커기업들의 눈길을 사로잡게 된다. 지난 2019년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포항은 전국 29개 특구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우수 특구로 선정됐고,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 등 앵커 기업을 필두로 중소 전후방 기업들로부터 4조1천634억원(지난해 말 기준)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냈다.

2차전지(배터리)소재 전문 그룹 에코프로는 2018년 전구체를 생산하는 자회사 에코프로GEM 설립 등 투자를 결정하고, 포항에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다양한 소재 추출부터 양극재 소재 생산, 리사이클링(재활용)으로 이어지는 공급모델인 '에코 배터리 포항캠퍼스'라는 2차전지 종합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지난해 말 포항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 2차전지 소재인 음극재 공장을 준공하고 생산을 늘리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양극재 생산 공장을 착공하는 등 포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4일에는 세계 전구체 시장 1위 기업인 중국 CNGR사가 포항 영일만4일반산단 내 약 41만3천㎡ 부지에 생산 공장을 건립, 연간 황산니켈 25만t과 전구체 10만t을 생산하는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이러한 투자유치의 기반은 무엇보다 제철산업을 기반으로 쌓아 올린 풍부한 인적·물적 인프라에 기인한다.

포스텍·포항산업과학연구원·방사광가속기연구소 등 대학과 연구소, R&D기관이 밀집해 있어 2차전지 분야 연구 및 기술 개발을 지원할 생태계를 이미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포항신항과 동해 유일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을 보유하고 있어 항만물류를 활용한 유통과 공급이 수월한 것은 큰 강점이다.

이미 포항은 양극재, 전구체 등 원료 생산량이 국내 1위를 차지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에코프로는 영일만산단에서 연간 15만t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고, 2027년까지 5만4천t 추가 생산을 위한 공장을 건설 중이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현재 영일만산단에 2025년 준공을 목표로 13만6천t 생산 공장을 건립하는 등 고용량 2차전지 양극재뿐만 아니라 음극재와 원료 생산을 위한 리사이클링까지 그룹사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생산 집적화를 통해 2030년이 되면 포항의 양극재 생산량은 연간 약 100만t을 달성할 전망이다. 무려 글로벌 양극재 수요량 605만t의 16.5%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K-배터리'가 초격차의 경쟁력을 계속 확보하기 위해 '2차전지 특화단지'는 반드시 포항에 유치돼야 한다"면서 "포항이 철강도시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차세대 전략산업을 견인하는 세계적인 신산업 경제도시로 도약하는데 더욱더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