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오후 2시 영천시의 한 버스 승강장.
폭염에 이글이글 끓는 바로 앞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났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표정은 시원하기만 하다.
영천시 공무원들이 나와 아이스박스에 있는 얼음과 생수를 승객들에게 건네고 있기 때문이다. 승객들은 받아든 얼음과 생수통으로 연방 얼굴과 목 주위를 비비며 더위를 날리고 있었다.
장에 왔다는 김모(63·여) 씨는 "더위에 목이 타들어갔는데 마침 시원한 물과 얼음이 승강장에 비치돼 있어 더위가 순식간에 가셨다"고 좋아했다.
경북도와 경북의 지방자치단체가 연일 이어지는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버스 승강장에 얼음을 비치하고 생수까지 제공하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살수차 운영, 선풍기 제공, 폭염대비 교육, 더위 피난처까지 만들며 폭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폭염 인명피해 속출…60대 이상 노인 9명 숨져
2일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나온 도내 온열질환자는 모두 109명이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42명(38.5%)으로 가장 높다.
발생 장소는 실외 91명(작업장 25명·논밭 25명·길가 10명 등), 실내 18명(작업장 8명·집 2명·비닐하우스 1명 등)이다.
도는 매년 5월 20일부터 9월 말까지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다. 응급실이 있는 도내 37개 의료기관 응급실 내원 환자 가운데 온열질환자를 집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5월부터 9월까지 14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올해 경북 온열질환자는 지난달에만 91명이나 나왔다. 전년 동월 56명보다 62.5%(35명) 늘었다. 지난달 27일 2명, 28일 10명, 29일 14명, 30일 10명, 31일 4명 등 최근 며칠 새 피해가 집중됐다.
경북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동안 최소 8명의 노인이 폭염 때문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일에도 영천에서 밭일하던 70대가 쓰러져 숨졌고, 같은 날 의성에서 밭일하던 80대가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인명피해 최소화" 경북 기초단체 사투
더 이상의 피해가 나지 않게끔 경북 시군들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영천시는 폭염 대책으로 지난달 10일부터 완산동 영천공설시장 주변 버스 승강장에 얼음과 생수를 준비해 호응을 얻고 있다.
얼음 및 생수가 비치된 승강장은 ▷대구은행 건너 ▷유명약국 앞 ▷LG전자베스트샵 앞 ▷동산정형외과 앞 ▷김인환내과 앞 ▷영천농협 앞 등 6곳이다.
안동시는 무더위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안동시는 쉼터 539개소에 선풍기를 전달했다.
시는 취약계층의 폭염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재난도우미 1천382명의 예찰을 이어가는 한편, 신호등에 대기하면서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막도 90곳에 설치했다.
열섬현상을 완화하려 도로에 물을 뿌리는 처방도 지속 중이다. 경북도청 신도시를 비롯해 시내 6개의 주요 도로 노선에서 살수차량 6대가 하루 3차례 물을 뿌린다.
일부 도로구간에는 시원한 물을 자동으로 뿌려 폭염에 달궈진 도로를 식혀주는 '쿨링&클린로드'도 운영한다.

청송군은 폭염에 대비해 취약계층 방문건강관리 서비스를 강화했다.
청송군보건의료원은 온열질환을 예방하고자 방문건강 전문인력 7명을 꾸려 지역 취약계층과 경로당 등을 방문하고 있다. 혈압과 혈당 등 기초 건강상태를 측정하고 폭염대비 건강관리와 응급상황 대처법 등을 교육한다.
청송군은 이와 별도로 유선상담 등을 진행하면서 놓칠 수 있는 계층까지 촘촘하게 관리한다.
경북 영주시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오는 9월 30일까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구축하고 카드뉴스를 제작, 대 시민홍보에 나섰다.
영주시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는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과 관할 보건소, 질병관리청 등과 협력해 응급실을 찾는 온열 질환자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영주시 보건소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치매안심센터 정신보건팀과 방문보건팀, 간호사 등을 포함한 대응반을 구축, 매일 취약 계층인 경로당, 행정복지센터, 무더위 쉼터 등을 방문, 폭염 대비 건강관리 안전 수칙 카드를 배포하고 있다.
영주시가 제작한 온열 예방 카드뉴스는 무더위 기상 상황 수시 확인, 시원하게 지내기, 물 자주 마시기, 더운 시간대에는 활동 자제하기, 무더위 쉼터 등 시원한 장소 이용, 규칙적인 환기 등 폭염 대비 주요 행동 요령을 담고 있다.
경산시도 스마트 그늘막을 77개소 운영하고, 물을 분사하는 쿨링포그도 영남대 건너편 정류소 등 8곳에서 가동한다. 또한 폭염을 피할 수 있는 무더위 쉼터로 경로당 등 실내 113개소, 공원 등 실외 49개소를 운영한다.
시는 또한 오전과 오후 문자 안내, 마을별 폭염 대비 안내 방송을 하루 2회 이상 실시해 시민들 안전을 지키고 있다.
포항시는 안전총괄과와 노인장애인복지과, 남·북구보건소, 농업정책과 등 13개 부서가 협업해 폭염 대비 T/F팀을 다음달 30일까지 운영한다.
이들은 예찰 활동을 강화하고 민방위경보시설·전광판·마을 방송 등을 활용해 야외활동 자제 및 온열질환 예방 유의 등에 대한 행동 요령을 전파하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 "오전 9시 이후 어르신 농사 자제" 당부
경북도는 내달 30일까지 관련 부서 및 시군과 함께 폭염 대책 전담팀을 가동하고 공사장 야외근로자, 논밭 고령층 작업자, 홀몸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폭염 대응 살수차 운영비(5억4천만원), 폭염저감시설 설치(스마트 그늘막 31곳·그린 통합쉼터 7곳) 등 폭염 대책 특별교부세 11억7천만원도 시군에 조기 지원했다.
아울러 폭염특보 발효 확대에 따라 낮시간 농사 자제, 마을 가두방송·안내방송 홍보 강화, 유선 및 직접방문을 통한 취약계층에 대한 예찰활동 강화와 상황관리 철저 등 도지사 긴급 지시사항을 시군에 전파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1일 도청 간부회의에서 "연일 폭염이 지속되고 안타까운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오전 9시 이후 어르신들이 논밭일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폭염 시간대 예찰활동을 강화해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하라"며 "소방차량을 활용해 사이렌을 울려 사전 계도하고 예방순찰 및 폭염대비 행동요령 마을 방송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간부공무원들이 폭염 피해 우려지역을 직접 찾아가 현장을 점검하고, 폭염 대응 행정지도와 계도활동을 실시하라"며 "도민들께서도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안전을 위해 낮 시간 야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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