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북부권, 집중 호우 피해도 가시지 않았는데…다시 찾아온 태풍에 노심초사

복구시설도 다시 유실되거나 훼손될 수 있어 2차 피해 우려돼
청송 집중호우로 낙과 뒤 태풍에 '농심도 초사'

지난달 발생한 집중호우로 운영하던 팬션이 전파되고 거주하는 집 일부가 훼손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군 효자면 명봉리 주민 김옥순(71·여) 씨가 집 근처에 미처 치우지 못한 재난폐기물들을 가리키고 있다. 김 씨는 태풍 카눈 소식에 겨우 남은 집까지 재난폐기물들이 태풍에 날아올까 걱정을 하고 있다. 윤영민 기자
지난달 발생한 집중호우로 운영하던 팬션이 전파되고 거주하는 집 일부가 훼손된 피해를 입은 경북 예천군 효자면 명봉리 주민 김옥순(71·여) 씨가 집 근처에 미처 치우지 못한 재난폐기물들을 가리키고 있다. 김 씨는 태풍 카눈 소식에 겨우 남은 집까지 재난폐기물들이 태풍에 날아올까 걱정을 하고 있다. 윤영민 기자

경북 예천, 봉화 등 경북북부권이 북상하는 제6호 태풍 '카눈(KHANUN)'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달 있은 집중호우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인명과 재산상의 큰 피해를 본 데다 복구 작업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재차 '수마'를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카눈'은 중심기압 970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126㎞/h로 북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9일 오후부터 태풍 영향권에 들어간다. 경북은 10일 정오 강풍과 함께 최대 300mm의 물 폭탄을 내린 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망자 15명, 실종자 2명 등 지난 폭우로 가장 큰 피해가 난 예천군은 사실상 비상이 걸렸다.

유실된 도로 등은 응급복구가 거의 완료돼 차량 이동이 가능한 상태지만, 응급복구인 탓에 태풍이 들이닥칠 경우 재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사태 피해를 입은 마을에는 지난 피해로 휩쓸린 바위와 나무 잔해 등이 남아있어 센 바람에 취약한 상태다.

산사태로 펜션 1동과 집 일부가 훼손된 김옥순(71·명봉리) 씨는 "비랑 태풍이 오면 한 달 가까이 복구한 시설들이 다시 부서질 수 있어 걱정된다"며 "복구도 복구지만 산사태로 깨지거나 찢어진 날카로운 나무들이 태풍에 날려다니다 또 사고가 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 폭우로 4명의 사망자가 난 영주시, 봉화군도 바짝 긴장하기 마찬가지다. 이들 시군은 자자치단체장 주재로 태풍에 의한 피해 예상 지역 대비와 앞선 집중호우 피해지역의 복구 대책 등을 점검했다. 또 산사태 우려 지역, 급경사지 등 재난 취약지역에 현장 관리관을 배치하며 혹시 있을 태풍피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 피해가 적었던 김천시도 태풍 경로에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2002년 태풍 루사와 이듬해 연이어 닥친 매미가 지역을 관통하며 큰 피해를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매미·루사 태풍이 통과하는 길목이었던 김천은 강한 바람과 많은 호우를 동반하면서 집중적으로 쏟아진 300㎜ 이상의 비로 인해 하천 제방이 붕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또 경부선 철도 교량을 비롯해 많은 교량이 파괴되고 황금동과 신음동 등 시가지가 침수돼 전기·상수도 등이 끊겨 주민생활에 많은 불편을 초래했다. 김천시는 지하도 등 취약지역에 공무원을 상시 배치하고 산사태 위험지역 주민에 대한 대피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농심도 태풍 소식에 집중호우로 놀란 가슴을 다시 한번 쓸어내리고 있다.

사과 주산지인 청송은 역대급 장마가 지나가고 나면 사과나무 갈반병과 탄저병 등 병충해 피해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청송의 한 과수 농가 박모(64)씨는 "최근 장마로 과수의 뿌리 지탱력까지 약해진 상황에서 태풍이 동반하는 강풍에 과수 전체가 도복할 가능성이 높다"며 "장마로 사과나무에 사과가 없는 데 또 태풍이라니 막막하다"고 시름했다.

청송군은 공무원들이 비상 근무를 하며 혹시나 있을 태풍 피해에 만발의 준비를 하고 있으며 실시간 피해를 확인해 빠른 복구를 해 나갈 방침이다.

경북도는 카눈의 영향권이 가까워 오자 태풍 취약시설 긴급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등 비상대응에 나섰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8일 작년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었던 포항 냉천과 경주 호암천 재해복구사업 현장을 찾아 태풍대처상황을 점검, "인명피해가 한 명이라도 발생해선 안 된다"면서 "시군에서 선제적인 행정명령으로 주민들을 강제대피 시킬 것"을 지시했다.

경북도는 예비특보 단계부터 한 단계 빠른 비상근무체계를 즉각 가동하고, 유관기관 간 재난상황 공유를 통한 협업 체계를 강화한다.

지하주차장, 반지하 주택 등 인명피해 취약지역 주민의 신속 대피를 위한 조력자 비상연락망 정비, 집중호우 시 산사태 우려지역 등 즉각 대피명령 및 경찰·소방의 협조로 선제적 대피 조치를 강력하게 시행하기로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와 울진 산불에 이어 지난달 발생한 수해까지 예측할 수 없는 재해가 몰려오고 있다"면서 "이런 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분야별로 사전에 철저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지난달 폭우로 일부 유실된 용문면 한 교각 도로. 우선 응급복구는 됐지만, 여전히 차량이 진입이 되지 않고 있다. 교각 근처로는 하천범람으로 쓸려온 나무 잔해들이 쌓여 있다. 윤영민 기자
지난달 폭우로 일부 유실된 용문면 한 교각 도로. 우선 응급복구는 됐지만, 여전히 차량이 진입이 되지 않고 있다. 교각 근처로는 하천범람으로 쓸려온 나무 잔해들이 쌓여 있다. 윤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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