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싸서 추석 차례상을 어떻게 차리느냐'는 손님들의 성화가 큽니다. 올해는 유독 더 힘드네요."
4일 경북 구미시 새마을중앙시장에서 만난 상인 유모 씨는 최근 물가가 너무 올라 물건을 떼어 오기도, 손님에게 팔기도 모두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농산물 종류에 따라 많게는 2배 이상 올랐다. 롱그린고추는 한 달 전 10㎏ 박스를 4만5천원에 가져왔는데, 지금은 9만5천원은 줘야 한다. 1만~1만5천원이던 상추 2㎏ 박스도 4만5천원까지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가는 사람이 없으니 기껏 떼오고도 버리는 물량이 몇 박스나 된다. 최근 두어 달 새 고물가 영향으로 1천만원쯤 손해를 봤다"고 푸념했다.
추석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 각종 자연재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악재를 거듭 겪은 농수산물 물가가 널뛰고 있다. 농어가는 비싼 농산물과 팔리지 않는 수산물로 근심뿐이고, 소비자는 지갑을 동여매기 바쁘다.

이날 오전 포항시 죽도시장의 제수용 생선 골목 역시 한산했다. 평소에는 명절 전 수산물 가격을 살피려고 방문하거나 전화하는 손님이 줄을 이었지만, 올해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악재로 손님 발길이 끊겼다. "코로나19 때보다 더 심하다"는 말도 나온다. 상인 김모(44) 씨는 "평소에는 회를 먹으려는 손님들이 배를 채운 뒤 시장을 돌며 필요한 것을 사갔는데, 최근 어시장 손님이 끊기면서 덩달아 여기도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올해 경북 농가에선 초봄의 이상고온 직후 냉해와 우박, 여름철 극한호우와 태풍, 탄저병 등 병충해까지 닥치며 수확량이 급감했다. 공급이 줄어든 과일은 가격이 뛰면서 소비자로부터 외면까지 받는다. 어가 또한 지난달 말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발표하면서 어획물 공급 및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상기후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사과(상품·10㎏) 도매가는 지난 1일 기준 8만5천660원으로 전년 5만3천252원보다 60.9% 올랐다. 배(원황·15㎏)도 5만6천920원으로 전년 4만4천864원보다 26.9% 상승했다. 그나마 채소 물가는 지난해 수준이지만 지난해에도 폭우와 폭염, 태풍 영향으로 이미 가격이 올랐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소비자들의 체감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다.
축산물 중에선 극한호우에 대량 폐사하며 공급량이 줄어든 닭고기 가격 상승이 눈에 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일 생닭 10호(1㎏) 도매가격은 3천875원으로 지난해 3천335원보다 13.9% 올랐다. 소매가격은 1마리 평균 6천210원이었다.

명태·오징어, 양식 수산물은 앞서 가격이 소폭 내렸으나 최근 정부가 오염수 우려를 낮추고자 구매비용을 최대 60%까지 지원하면서 그나마 가격이 안정됐다. 이날 죽도시장에서 판매하는 제수용 수산물인 조기는 5마리에 2만원, 민어는 1마리 1만원 등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명절 직전 어획량이 줄어 몸값이 비싸진 문어는 한 달 전 1㎏당 4만원 정도에 팔렸지만 현재 6만원으로 뛰었다.
소비자들은 고물가 부담과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며 장보기를 주저하고 있다. 직장인 박모(35) 씨는 "지난 설날까지만 해도 본가에 모일 때면 남매들이 제수용품을 두어 개씩 사갔는데 추석에는 부모님께 현금을 드리고 상차림도 간소화하자고 말했다"며 "물가가 너무 올라 차례상 차리기가 무서울 정도"라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경북대 '반한집회'에 뒷문 진입한 한동훈…"정치 참 어렵다"
한동훈, 조기대선 실시되면 "차기 대선은 보수가 가장 이기기 쉬운 선거될 것"
유승민 "박근혜와 오해 풀고싶어…'배신자 프레임' 동의 안 해"
"尹 만세"…유인물 뿌리고 분신한 尹 대통령 지지자, 숨져
野 의원들, '계란 투척' 봉변…경찰, 헌재 시위대 해산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