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팔공산 임야에 오염된 토양이 불법 성토됐다는 의혹(매일신문 10월 29일, 11월 19일 보도)과 관련해 동구청이 해당 지역 하부 토양에서는 오염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검사결과를 공개했다. 오염물질이 기존 토양을 심각하게 오염시키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부분인데, 이제는 오염물질의 출처를 밝히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동구청은 21일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이하 연구원)으로부터 이달 초 의뢰한 팔공산 오염물질 아래에 있는 '원토양'에 대한 성분 검사 결과서를 받았다. 땅 밑 2~8m 깊이에서 채취한 흙을 성분 분석한 결과로 각종 독성 물질, 중금속 등 9개 시험항목 모두 '기준 적합' 판정을 받았다.
동구청은 이보다 앞서 지난달 말 이 지역 성토재(북돋아 올린 흙)에 대해서도 성분 검사를 연구원에 의뢰한 바 있다. 당시 검사에선 같은 시험항목 9종 가운데 7종에서 법적 기준치를 넘었는데, 적게는 1.2배에서 많게는 29배를 초과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동구청 환경과 관계자는 "오염물질이나 중금속이 원토양까지는 스며들지 않았다고 분석할 수 있다"며 "성토재는 폐기물로 판단하고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동구청은 이곳 토지 소유주와 성토업자의 폐기물관리법 위반이 의심된다며 지난 20일 사전통지 의견제출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다음달 4일까지 의견이 오지 않을 경우 폐기물 처리에 대한 조치명령을 내리고, 조치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다시 고발 또는 행정대집행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동구청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동부경찰서는 현재 관련 업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며 진척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토양환경보전법과 폐기물관리법 법령 적용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관련 판례나 법제해석 상 불분명한 부분이 있고, 관련자들도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수사가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성토재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독성물질이 나왔다면 원토양 오염여부보다는 이 성토재의 출처와 성격을 규명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구본호 한국녹색환경협회장은 "성토재가 어디서 왔고, 성분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작업이 가장 급선무다. 당국의 업무 순서가 잘못됐다"며 후속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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